(헬스&사이언스)알츠하이머 단백질이 면역세포를 되살리다
MUSC 연구진, 노화와 암을 동시 억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의 역설적 기능 규명
2025-10-15 09:45:21 2025-10-15 13:58:16
효소(enzyme)는 APP(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에 작용하여 이를 단백질 조각으로 절단하는데, 이 중 하나가 베타 아밀로이드로 이것이 신경세포를 파괴하여 알츠하이머를 일으킨다. (이미지=Wikipedia)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알츠하이머는 인간의 뇌를 서서히 파괴하여 기억을 잃게 만드는 가장 치명적인 신경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원인으로 지목된 베타 아밀로이드(β-amyloid)는 오랫동안 신경세포를 공격하고 인지 기능을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여겨져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의과대학(MUSC) 홀링스 암센터(Hollings Cancer Center) 연구진이 발표한 새로운 연구 결과는 이 통념을 뒤집었습니다. 
 
연구팀은 미국암연구협회가 발행하는 저널 캔서 리서치(Cancer Research)에 실린 논문에서,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단백질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APP)이 오히려 면역세포의 노화를 늦추고 암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알츠하이머와 암이 미토콘드리아 대사와 면역 기능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21배 낮은 암 발병률
 
이번 연구의 단초는 역학 데이터에서 나왔습니다. MUSC의 칼야니 소나와네(Kalyani Sonawane) 박사는 텍사스대 휴스턴 보건대학(UTHealth Houston) 재직 시절, 미국 국민건강조사 데이터를 5년간 축적·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59세 이상 성인 가운데 알츠하이머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 발병 확률이 약 21배 낮았습니다. 즉, 알츠하이머 환자는 암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는 뚜렷한 역상관관계(inverse correlation)가 확인된 것입니다. 
 
베심 오크레트멘(Besim Ogretmen) 박사가 이끈 MUSC 연구진은 이 현상이 단순한 통계적 우연이 아니라, 알츠하이머 단백질이 세포 대사에 미치는 근본적 영향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적 검증에 나섰습니다.
알츠하이머 생쥐 모델과 노화된 인간의 면역세포를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APP 단백질이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노화된 면역세포, 특히 T세포에서는 시간이 지나며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고,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는 ‘미토파지(mitophagy)’라는 자가분해 과정이 지나치게 활성화됩니다. 이 과정은 원래 세포의 청소 기능이지만, 과도하게 일어나면 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까지 제거되어 에너지 생산이 급격히 떨어지고, 면역세포는 활력을 상실합니다. 
 
그러나 APP는 미토콘드리아 외막 단백질 복합체와 상호작용하여 과도한 미토파지를 억제하고, 세포의 에너지 대사와 생존 능력을 회복시킵니다. 즉, APP가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보호해 세포의 발전소 기능을 유지시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미토파지 조절과 산화 대사 안정에 중요한 물질인 푸마르산염(fumarate) 수치가 회복되어 에너지 대사가 정상화됩니다. 
 
암세포 성장률 90% 감소, 실험으로 확인
 
연구진은 이러한 세포 수준의 변화를 실제 종양 억제 효과로 연결해 검증했습니다. 흑색종(melanoma)과 발암물질로 유도한 구강암 동물모델을 이용한 결과, APP를 가진 알츠하이머형 생쥐에서는 종양 성장률이 최대 90%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이 생쥐의 T세포를 일반 생쥐에 이식했을 때도 동일한 항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즉, APP 단백질은 신경세포에서는 독성을 보이지만 면역세포에서는 오히려 노화로 인한 에너지 손실을 회복시키고 항암 면역력을 되살리는 역설적 요소로 작용합니다. 또한, 연구진이 노화된 인간 T세포에 푸마르산염을 보충하거나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이식했을 때, APP가 작용한 것과 유사한 항암 면역 회복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면역 대사(immune metabolism) 개념을 뒷받침합니다. 면역세포는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능이 달라집니다. 활성화된 T세포는 포도당을 빠르게 분해해 즉각적인 에너지를 얻는 반면, 장기 생존을 담당하는 기억 T세포는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해 보다 안정적인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노화가 진행되면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져 면역세포가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급속히 약화됩니다. 
 
MUSC 연구진은 APP가 이런 상태에서 미토콘드리아의 대사 회로를 복구시켜 노화된 면역세포를 젊은 세포처럼 되살린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뇌의 독이 몸의 약이 되다” — 전체론적 의학으로의 전환
 
이번 발견은 알츠하이머, 노화, 암이라는 서로 다른 질환이 사실상 하나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알츠하이머에서는 세포 기능 저하로 신경세포가 죽어가고, 암에서는 세포 기능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무한히 증식하며, 노화에서는 미토콘드리아 손상과 에너지 고갈로 면역 기능이 떨어집니다. 
 
세 질환은 겉보기엔 정반대지만, 모두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불균형’이라는 공통된 원인에서 출발합니다. APP는 그 균형을 되찾는 분자로서, 푸마르산염 대사를 복구하고 미토파지를 억제하며, T세포의 활력을 회복시켰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APP의 작용이 암, 노화, 신경퇴행성 질환을 함께 다스릴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질병을 국소적 내지는 장기별로 나누어 보던 기존 의학의 한계를 넘어, 인체를 하나의 통합된 생명 시스템으로 이해하려는 전체론적(holistic) 관점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DOI: http://dx.doi.org/10.1158/0008-5472.CAN-24-4740
 
베타아밀로드 전구체 단백질의 분자구조(이미지=Prorein Data Bank Encyclopedia)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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