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저축은행이 예금금리를 빠르게 내리고 있습니다. 정부 대출 규제 강화로 저축은행의 자금 운용처가 막히면서 수신 유인이 크지 않아서입니다.
1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77%로 집계됐습니다. 9월 초까지만 해도 3% 수준이던 예금금리가 한 달 만에 0.22%p가량 떨어지며 3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2.55~2.60% 수준입니다. 저축은행 정기예금과 불과 0.1~0.2%p 차이입니다. 전체 저축은행 중 5대 은행보다 금리가 같거나 더 낮은 상품을 판매 중인 곳은 17곳, 총 30개 상품에 달합니다. SC제일은행, SH수협은행, 전북은행 등 일부 1금융권 정기예금 금리가 최대 2.85%까지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저축은행 금리가 더 낮아진 상황입니다.
저축은행은 일반적으로 시중은행보다 브랜드 인지도나 신뢰도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예금금리를 높여 자금을 유치합니다. 이렇게 모은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을 실행해 이자 차익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재명정부가 6·27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9·7 대책, 10·15 대책 등으로 대출을 옥죄면서 저축은행의 수익 창구가 막혔습니다.
정부의 세 차례 연이은 부동산 대책으로 신규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저축은행들은 예금금리를 빠르게 인하하고 있습니다. 예금금리는 금융사의 '조달 비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대출로 자금을 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예금을 많이 모을수록 부담이 커집니다. 대출 창구가 막힌 현재로선 예금을 유치할 유인이 사실상 사라진 셈입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저축은행이 예금을 높여 자금을 유치할 이유가 없다"면서 "정부가 대출을 옥죄고 있어 저축은행들도 자금을 운용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1일 예금자보호한도 1억원 상향도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인하 요인으로 꼽힙니다. 금융사는 예금자 보호를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예금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저축은행은 현재 예금액의 0.4%를 내며 금융사 중 가장 높은 예보료율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예보 한도가 늘어나면 그만큼 부담해야 할 예금보험료도 증가하기 때문에 저축은행들은 금리를 낮춰 자금 유입 속도를 조절하려는 모습입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 업황도 좋지 않은데 예보료율이 너무 높은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며 "다른 상호금융권 수준(0.15~0.25%)으로 낮춰야 할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예보료 부담이 늘어나면 예금이나 대출 금리에 반영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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