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K-푸드 열풍, 우리 농업에 희망의 불씨가 되게 하자
2025-10-23 06:00:00 2025-10-23 06:00:00
요즘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콘텐츠 1위에 오른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케데헌'은 악령들로부터 인간 세계를 지키는 인기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 세계에서 탄생한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와 인기 경쟁을 벌이며 그들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재미있는 스토리와 K-팝 음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국적 문화와 K-푸드에 대한 폭발적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헌트릭스 멤버들이 서울 거리에서 김밥을 사 먹으며 대화하는 장면, 악령 사냥 후 야식으로 라면을 먹는 장면, 찜질방 에피소드에서 순대가 등장하고 피로 회복으로 설렁탕을 먹으며, 여름 에피소드에서 시원하게 냉면을 먹는 장면 등을 통해서 K-푸드에 대한 구글 검색량이 75%나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주인공이 냉동 김밥 한 줄을 먹는 장면 이후 냉동 김밥 판매량이 700% 폭증하고 관련 식품 기업 주가가 30% 이상 폭등했다고 하니 K-컨텐츠가 K-푸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초 정부는 농식품과 전후방 산업의 수출 산업화를 추진하여 2027년까지 230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는 K-푸드 플러스 수출 혁신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6월 취임 후 K-푸드를 포함한 K-컬쳐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K-푸드를 포한한 K-컬쳐 시장 규모는 150조 수준인데 정부는 이 규모를 300조원까지 키우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도 공언했다. 그 어느 때보다 K-컬쳐의 바람의 거세게 불고 있으며 이와 연계한 K-푸드의 인기는 식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K-푸드를 뒷받침하는 우리 농산업의 전망은 그리 긍정적이지는 못하다. 우리의 식량 자급률이 2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산물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농가소득은 도시 근로자 가구소득의 60%에 불과할 정도로 낮아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농업 인구의 감소는 신선식품은 물론 가공식품의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K-컬쳐의 인기로 인한 K-푸드에 대한 관심과 수요 증대를 식품산업의 매출 증대로만 그치지 말고 농산업 전체로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밥, 라면 등 대표적인 가공식품들의 원재료를 수입산에 의존하기보다는 우리 농산물과 연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수입산에 비해 국산 농산물의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신선하고 안전하며 믿을 수 있는 국산 프리미엄 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K-푸드를 홍보할 적기라고 판단된다. 스마트팜 등을 이용해 점차 규모화함으로써 가성비 높은 국산 농산물을 활용하는 방안도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모든 농식품 유통과 판매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유통의 모든 단계에서 전 세계 소비자들이 K-푸드임을 확인할 수 있고 신뢰감을 확산시키는 방안도 병행해야 할 시기이다. 
 
K-푸드를 위시하여 K-드라마, K-무비, K-게임, K-뷰티 등 K-컬쳐가 전 세계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그 확산의 배경에는 K-컬쳐가 수준 높은 즐거움과 매력을 제공하는 컨텐츠로 가득 차 있다는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K-푸드도 이와 같이 수준 높은 음식문화의 하나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K-푸드가 기술, 예술, 문화와 접목됨으로써 음식에 스토리를 입히는 노력을 통해 매력적인 음식으로 인식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이러한 K-컬쳐와 K-푸드의 열풍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우리 농식품 산업과 농업인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원호 부산대학교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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