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규제 넉 달…금리 크게 오르며 차주들 비명
2025-11-03 17:17:00 2025-11-03 17:58:20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정부가 6·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를 강화한 지 넉 달 새 금리가 크게 뛰었습니다. 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은행들이 규제를 이유로 금리를 올리면서 차주들의 시름도 커졌습니다. 규제 효과에 힘입어 주담대 수요는 일정 부분 억제된 모양새입니다. 
 
5대 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 큰 폭 상승 
 
정부는 6·27 대책에 이어 지난 10·15 추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6·27 대책은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축소하고, 주택 구입 시 6개월 내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강력한 억제책입니다. 또한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의 LTV를 80%에서 70%로 하향 조정하고, 다주택자는 주담대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뒤이어 발표한 10·15 대책에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주담대 한도를 2억~4억원 수준으로 제한하는 등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레버리지 진입을 실질적으로 차단했습니다. 주요 시중은행은 연말 가계대출 총량 규제 준수를 위해 신규 취급 심사를 더욱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정부 규제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주담대 금리는 꾸준히 올랐습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0년 분할상환·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금리는 지난 6월 3.85~4.12% 수준에서 7월 3.97~4.14%, 8월 4.00~4.11%, 9월에는 4.02~4.30% 범위로 금리 상하단 전반적으로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10월분은 아직 공시가 안됐지만, 금리가 더 올랐을 것으로 보입니다. 3일 현재 주요 은행별로 보면 변동금리 신규 코픽스 6개월 기준 △NH농협은행 3.42~5.97% △KB국민은행 3.88~5.28% △우리은행 3.78~4.98%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변동금리 6개월 금융채 기준으로는 △신한은행 3.67%~5.07% △하나은행 3.92~5.12%으로 집계됐습니다. 
 
고정금리 5년 주기형 기준으로 △NH농협은행 3.49~5.79% △KB국민은행 3.88~5.28% △하나은행 3.92~5.12% △신한은행 3.68%~5.08% △우리은행 3.75~4.95 순으로 높았습니다. 전반적으로 금리 상단이 크게 오른 모습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은행들은 대출 규제 직후에도 주담대 수요가 한동안 집중적으로 늘어났던 만큼 연말을 앞두고 대출 증가 여력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부동산 매매 심리가 여전히 완전히 꺾이지 않은 상황이 겹치며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여 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들이 각 행마다 대출 취급 여력을 고려해 대출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등 조치를 하고 있다"며 "여기에 정부 대책까지 시행되고 있어 현재보다 대출금리를 인하할 요인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연초에도 상승 가능성 있어
 
대출금리 인상은 내년 초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와 동결에도 은행들이 정부 규제를 이유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은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네 차례 기준금리를 3.50%에서 2.50%까지 1.0%p 인하하고 7·8·10월에는 동결했지만,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무관하게 현재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한은 금통위는 서울 집값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영끌' 재진입을 자극하거나 부동산 가격 불안 심리를 되살릴 수 있다고 봤습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까지 오르내리는 등 대외 불안 요인까지 겹치며 금리 완화 여지가 좁아지면서 3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와 금리 상승의 부담이 결과적으로 실수요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점입니다. 주담대는 장기 상환 구조를 갖고 있어, 금리 상승분이 차주의 상환 부담으로 누적됩니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차주들은 내년 이후 금리 재조정 시점에서 이자 부담이 한 차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전셋값 하락과 분양·입주 물량 증가가 맞물리는 시점에서 상환 부담이 가계 소비 여력을 제약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주담대 금리가 연말~내년 초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대출 총량 관리 기조가 지속되고, 리스크 프리미엄 반영 강도도 유지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은행이 위험 관리 비용을 더 얹는 방향으로 금리가 조정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정책 효과로 주담대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 과정에서 차주들은 이전보다 더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금리 부담이 장기화할 경우 중장기 상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지난 6월부터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한 지 넉달차로 접어들면서 주담대 금리가 꾸준히 상승해 차주들의 체감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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