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은 바닥 찍고, 비용은 치솟고…길 잃은 LCC
LCC 4사, 3분기 2000억대 적자
고환율에 치솟은 달러 결제비용
2025-11-24 15:22:47 2025-11-24 15:39:20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출혈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고환율에 비용 부담까지 치솟으며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습니다. 탑승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무리한 할인 경쟁 속에 리스비와 유류비 같은 달러 결제 비용이 급증하면서 LCC들이 다시 적자 국면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주기되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 LCC 4사인 제주항공(089590)·진에어(272450)·티웨이항공(091810)·에어부산(298690)은 올해 3분기(7~9월)에 합산 201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4사의 분기 합산 적자가 2000억원을 넘긴 건 코로나 팬데믹 때인 2022년 1분기(2005억원) 이후 처음입니다. 코로나 엔데믹이 지속됐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호황이었으나, 공급 과잉에 따른 출혈 경쟁과 환율 급등이란 외부 악재가 겹치며 1년이 채 안 돼 적자로 돌아선 것입니다. 
 
제주항공은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3883억원, 영업손실 55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4805억원) 대비 19% 줄었고, 영업이익 465억원에서 적자 전환했습니다. 작년 12월 무안공항 참사 이후 일부 노선 축소와 기단 운용 차질이 수익성을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됩니다. 주가도 급락했습니다. 사고 직전인 지난해 11월 말 9780원이었던 주가는 최근 5460원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제주항공은 이달 19일부터 25일까지 최대 86% 할인하는 특가 행사를 진행하며, 수요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티웨이항공은 3분기 영업손실 9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배 확대됐습니다. 유럽과 중장거리 노선 확대를 위해 항공기 도입과 인력 확충, 부품·장비 투자가 늘며 비용이 급증한 탓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티웨이항공은 올 3분기에만 10차례 이상의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습니다. 할인으로 탑승률을 지켜냈으나, 운임 인하 폭이 너무 컸다는 평가입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7월부터 일본 열도를 중심으로 확산된 ‘지진설’ 여파로 여행 수요가 줄며 타격을 잆었습니다. 또한, 두 회사 모두 경쟁이 과열된 일본과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에 치우친 탓에 운임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이처럼 항공사들이 낮은 운임으로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결정타를 가한 것은 고환율입니다. 리스료와 유류비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지출되는 만큼, 1400원대를 넘어선 원·달러 환율이 재무 부담을 키웠습니다. 
 
여기에 신생 파라타항공이 국제선에 본격 뛰어들고, 엔데믹 시기부터 운항을 재개한 이스타항공도 할인 공세에 가세했습니다. 이로써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파라타항공 등 9개 LCC가 일본·동남아 중심 노선에서 경합하면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습니다. 최민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항공 수요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공급 증가는 계속돼 경쟁 심화가 불가피하다”며 “환율 변동성까지 고려하면 LCC들의 실적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에 LCC들은 신규 노선을 늘리며 생존 전략에 돌입했습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이달 13일부터 인천~화롄 노선에 신규 취항했으며, 진에어도 지난 10월 인천~중국 구이린 노선을 신규 취항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노선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수요 창출을 노릴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원가 구조 개선과 효율적인 노선 재편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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