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사 마무리…이면에 ‘신구권력 충돌’
정현호-박학규 주도권 놓고 암투
이재용 리더십 부재론까지 ‘부상’
후속 인사·조직개편 앞두고 혼선
2025-11-25 15:30:44 2025-11-25 16:05:08
[뉴스토마토 배덕훈·백아란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로봇, 반도체 등 미래 핵심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인재를 중용하며 후속 임원 인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미래를 위한 변화로 ‘세대교체’를 단행함과 동시에 오랜 인사 원칙인 ‘성과주의’도 표방했습니다. 다만, 이번 인사 과정의 이면에는 신구 권력 갈등의 그림자가 드리웠다는 게 삼성 안팎의 중론입니다.
 
특히 정현호 부회장(전 사업지원TF장)과 박학규 사업지원실장(사장)이 인사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삼성 내부의 복잡한 권력 지형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분석입니다. 사법 리스크를 벗은 이재용 회장이 교통정리를 명확하게 해주지 않으면서 혼선이 빚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7알, 사업지원TF 사장단과 임원의 위촉 업무 변경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다. 정현호 부회장, 박학규 사장(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인사 주도권 놓고 정현호-박학규 갈등설 
 
25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연말 인사를 앞두고 정 부회장과 박 사장이 심각한 이견을 노출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 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보좌역으로 2선 퇴진했던 정 부회장이 이번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지만, 신임 사업지원실장으로 위촉된 박 사장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 고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박 사장에게 인사안을 가져오라고 하는 등 인사와 관련해 하나하나 지시했다”며 “(정 부회장이) 상왕처럼 여전히 인사권을 행사하려고 하면서 두 사람 간 갈등이 있었다”고 귀띔했습니다. 특히 정 부회장은 올해 그룹 전반 인사를 맡겠다고 했지만, 박 사장의 문제 제기로 삼성전자 인사만이라도 자신이 주도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박 사장이 이의를 제기했다고 합니다. 박 사장은 이른바 정현호 라인과도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결과 백수현, 김완표, 박승희(이상 사장) 등 백오피스 임원 교체가 물거품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스텝 조직의 변동성 최소화로 연결됐습니다. 
 
당초 삼성은 지난 7일 정 부회장의 용퇴와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의 격상 이후 조속한 후속 인사를 통해 조직을 안정화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두 사람의 불화가 불거지면서 정기 인사 발표가 내부 계획보다 지연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의 인사가 연기되면서 계열사들 인사도 줄줄이 미뤄진 가운데 20일에야 퇴임 임원에 대한 통보 절차가 시작됐고, 이튿날 오전 사장단 인사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전경. (사진=삼성전자)
 
5년만에 승진 규모 확대…젊은 인재로 미래 변화 주도
 
향후 삼성의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는 권력투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2026년 삼성전자 임원 승진 규모는 5년 만에 확대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날 부사장 51명과 상무 93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을 포함해 총 161명 규모의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로봇·반도체 분야 인재를 전면에 배치하고 30대 상무, 40대 부사장 등 젊은 리더를 대거 발탁했다는 것입니다.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낸 인재들을 과감하게 승진시켜 세대교체를 지속한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입니다.
 
반도체(DS) 부문의 전영현 부회장과 모바일·가전(DX) 부문의 노태문 사장으로 이뤄진 2인 대표 체제 아래 39세의 김철민 상무와 이강욱 상무가 임원 대열에 합류하고 이윤수 부사장(데이터 인텔리전스), 권정현 부사장(로봇 인텔리전스), 최고은 상무(로봇플랫폼) 등 AI와 로봇 분야의 R&D 인력이 대거 승진한 것도 그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미래 기술’과 ‘차세대 경영진 후보군 육성’에 초점을 둔 인사는 오히려 상층부의 방향성 부재를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실무층은 강화됐지만 수뇌부 간에는 주도권 싸움이 지속되면서 전략 축이 분산되는 등 구글의 ‘AI인프라 초격차’와 같은 명확하고 단일화된 전략이 나오지 않고 있어섭니다.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혁신과 산업이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지만 이 회장은 직접적으로 어떤한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경제사절단에 동행하기 위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사 논란이 그룹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입니다. 지난 6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사팀 공유 폴더가 유출되면서 정 부회장의 사업지원TF가 그룹사의 인사 등 각종 사안에 관여해온 정황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측에 따르면 해당 인사 폴더에는 직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는 물론 사업지원TF의 인사 관여 정황, 노조에 대한 특별관리 내용, 불공정한 고과 평가, 인사팀의 정신건강센터 상담기록 관리 내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계열사에 지시를 한 것이 아닌 논의를 했을 뿐 확대 해석은 금물’이라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일파만파 번지는 모습입니다. 노조 측은 사업지원TF가 모든 인사관리를 총괄했다고 주장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장은 “삼바 내부문건 유출 사태를 통해 사업지원TF가 그룹 인사에 개입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삼성전자(사업지원TF)에서는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누가 믿을 수 있겠나”라고 의심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계열사 인사 개입 의혹…갈길 먼 뉴삼성
 
사업지원TF의 계열사 인사 개입 정황은 차후 이 회장의 ‘뉴삼성’ 구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 미래전략실 논란의 의식한 듯 그동안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는 없다며 ‘자율경영’을 강조해 왔지만, 여전히 사업지원TF가 인사 등 강력한 권한을 바탕으로 계열사를 통제하고 있었다는 의심은 배제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사업지원TF의 계열사 인사 관여 정황과 정 부회장, 박 사장 간 갈등설 등이 잇따라 터져 나오며 삼성그룹 내부도 흔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삼바 사태 이후 삼성그룹의 대다수 임원들은 주말에도 출근하며 사태 진화에 부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삼성 고위 임원은 “이번 사태로 그룹 전체가 초비상 상태였다”고 했습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준감위 정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 개인정보 유출 의혹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전자의 자회사가 아니라 감사권환이 없다”면서 “(삼전의 경우) 정보보호는 상당히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혹시 위법한 영역에서 이뤄진 것은 아닌지 살펴볼 계획이 있다”고 했습니다.
  
배덕훈·백아란 기자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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