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의 주력 계열사인 대형 은행들이 견조한 이자이익을 기반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앞으로 수익성 둔화의 악재에 직면하고 있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와 주택담보대출 감소, 순이자마진(NIM) 축소, 각종 정책성 자금 출자까지 겹치면서 수익 방어를 위해 비이자이익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비이자이익 확대' 실적 견인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이자이익의 성장이 눈에 띕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3조59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이자이익은 26조39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전체 영업이익 중 비이자이익 비중이 점차 확대되면서 수익 구조 흐름 전환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올 들어 가장 큰 비이자이익 성장세를 보인 곳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입니다. 신한은행의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93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8% 급증했습니다. 투자금융수수료와 외환거래 손익이 급증한 것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나은행 비이자이익은 1조569억원으로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1조원을 달성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43.4% 증가한 수준입니다. 신탁보수 확대와 자산관리 관련 수수료 등 지표가 개선된 것이 실적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KB국민은행 비이자이익은 8665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습니다. 우리은행 비이자이익은 948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습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 전체 기준으로 보면 방카슈랑스 판매에서 동양, ABL생명 비중이 커지는 등 올해 보험사 인수 영향에 따라 향후 수수료 이익 개선 여지가 큽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대출 축소 흐름이 맞물리며 앞으로 마진 하락 압력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자이익 방어를 위해 비이자 부문 수익 확대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 기대와 대출 총량 등으로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환이나 트레이딩, 자산관리(WM) 등을 통해 다층적으로 수익원을 구축할 수 밖에 없다"며 "내년에도 부동산 규제가 계속된다면 비이자이익이 기업금융과 함께 실적을 유지할 수 있게 뒷받침 하는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수수료 이익이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수수료 이익이나 WM 등을 중심으로 수익 구조가 빠르게 개편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은행권은 비이자이익 중 핵심 축이 되는 수수료 이익을 늘리기 위해 딜링룸 외환·트레이딩 부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딜링룸은 비이자이익 창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딜링룸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수익이 비이자이익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딜링룸에서는 외환(FX), 파생상품, 채권, 주식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거래하며 매매평가이익과 수수료이익 등으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KB국민은행에서는 조직 개편 등을 통해 딜링룸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우선 자본시장사업그룹에서 트레이딩·세일즈·채권·자금운용 등 디지털 플랫폼과 AI 기반 투자모델을 담당하고 있으며, 프런트 조직에서는 외환·금리·채권 트레이딩과 기관 및 기업 대상 마케팅과 원·외화 자금 조달을 수행합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기업 고객의 외환 거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KB Star FX’ 플랫폼을 고도화해 장소 제한 없이 실시간으로 외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며 "매일 업데이트하는 환율 리포트를 통해 환리스크 대응력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요 은행 계열사들이 이자이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어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하나은행은 최근 외환(FX)거래 역량의 초격차 확대를 위해 딜링룸 조직개편을 실시했습니다. 또한 디지털 FX거래에 대응하는 ‘Hana FX 트레이딩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24시간 트레이딩이 가능한 최첨단 인프라를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외환 딜링룸 ‘하나 인피니티 서울(Hana Infinity Seoul)’을 신축 개관하기도 했습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딜링룸 개편을 대대적으로 단행했고 최근 들어 대부분 은행들이 딜링룸을 새롭게 단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은행은 올해 8월 서울 중구 회현동 소재 본점 딜링룸을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글로벌 시장 상황을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대형 금융 전광판과 근무 공간 재배치가 이뤄졌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에도 외환 전자거래 플랫폼 '우리WON FX'를 출시해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 환율로 외환 거래를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수출입기업 환리스크 관리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 있는 'FX DESK'는 내년 상반기 내로 '런던트레이딩센터'로 확대 개편할 예정입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행 차원에서 투자해 새롭게 단장하고 코스피 등 매체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자금시장그룹 딜링룸 전광판 점등식에서 정진완 은행장과 임직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사진=우리은행)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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