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으로 재임 중 교통정책과 개발정책에서 성과를 내고 대선까지 내달렸습니다. 오 시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 버스 전용차로를 개편한 걸 모델로 삼아 한강버스를 도입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청계천을 복원했듯 오 시장은 종묘 앞 세운상가 개발과 용산개발을 추진하는 중입니다.
10월1일 서울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청계천 복원 20주년 행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공미술 제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9월18일 정식 운항한 한강버스는 이 전 대통령의 버스 전용차로 개편과 대응되는 오 시장의 역점 사업입니다. 서울시청은 한강버스가 수상 대중교통수단이라고 홍보해왔습니다. 과거 버스 전용차로 개편이 버스·지하철 환승 시스템 도입과 겹치면서 시너지를 낸 것처럼, 한강버스도 대중교통과 환승이 이뤄지는 시스템입니다.
서울시청의 다른 역점 사업인 세운상가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당시의 청계천 복원 같은 개발정책입니다. 청계천이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기능하듯이, 세운상가와 용산국제업무지구도 도심 속 녹지를 주요 특징으로 내세웠습니다. 서울시청은 세운상가를 개발하면서 고층빌딩을 세울 뿐 아니라, 세운지구 일대를 서울을 대표하는 ‘쾌적하고 건강한 녹지생태도심’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홍보하는 중입니다. 세운상가·청계상가·대림상가·삼풍상가·PJ호텔·인현(신성)상가·진양상가 등 상가군을 공원화할 경우, 세운지구 내에 광화문광장의 3배 규모에 달하는 녹지(약 13.6만㎡)가 확보된다는 겁니다.
오 시장은 27일엔 용산구 한강로3가 40-1일대에서 열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기공식에 참석합니다. 45만6099㎡ 부지에 들어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국제업무, 업무복합, 업무지원 등 3개존으로 구성되며 △융복합국제도시 △녹지생태도시 △입체교통도시 △스마트 도시 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강변으로 열린 녹지와 오픈스페이스를 구축하고,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도시공간'을 조성하는 겁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제업무존 중앙부 그린커브 투시도. (이미지=서울시청)
오 시장의 역점 사업들은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시장으로서 청계천을 복원하고 버스 전용차로를 개편했습니다. 이후 이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2007년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지난 1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민석 국무총리는 세운4구역 개발 계획을 비판하며 종묘를 찾았고, 한강버스에 대해서는 안전 점검을 지시했다"면서 "유독 오 시장의 역점 사업만 문제 삼는 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민석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청계천 복원 구상에 대해 '현실성 없는 공약'이며 '수질 복원도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도 오 시장이 이 전 대통령의 성공 케이스를 모방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과 버스 전용차로를 딛고 바로 대통령이 됐다"며 "오 시장은 서울시장을 몇 번이나 하면서도 '대한민국 경영자'라고 말할 성과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강버스·세운상가 개발·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등은 서울시장 재선 프로젝트, 그리고 재선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해서 대선 주자로 나서려고 하는 시도"라고 했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방분권과 수도 이전 (어젠다) 때문에 대권까지 갈 수 있었던 측면이 있었고, 이 전 대통령의 청계천 프로젝트와 버스 전용차로 개편이 있었다"며 "오 시장도 이와 비슷한 이른바 '메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 이를 업적으로 해서 대권까지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7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종로구 세운상가 옥상정원을 방문해 브리핑 후 세운4구역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사진=서울시청)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 시장의 전략이 실제 성공할지에 해서는 다소 회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종훈 평론가는 "오 시장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딱 '이것이다' 싶은 '히트 상품'을 아직까지 못 잡은 게 아닌가 싶다"며 "여러 가지를 추진하기보다는 한 가지를 추진하더라도 시대 흐름에 맞는 것을 찾아내는 게 제일 좋다"고 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한강버스가 성공만 하면 이 전 대통령의 버스 전용차로 개편과 비견될 수 있겠지만, 접근성을 제대로 갖추고 진행했어야 했는데 너무 서둘렀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만 세운상가 개발은 청계천 정비와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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