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K-산업이 '탄소 규제'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중대 전환기에 돌입했습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임박과 석유화학산업의 고강도 구조재편이 맞물리면서 철강·석유화학 업계는 '12월의 결전'을 맞고 있습니다.
정부는 26일 여수 국가산업단지를 찾아 철강 등 수출 기업의 그린 장벽 대응 독려와 석유화학 사업재편계획서의 12월 말 제출 시한 준수를 촉구하는 등 산업 대전환을 위한 정책적 의지를 밝혔습니다.
특히 석유화학 사업재편과 관련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대산이 사업재편의 포문을 열었다면 여수는 사업재편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며 "지난 8월 산경장(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을 통해 발표한 사업재편계획서 제출 기한은 12월 말이며 이 기한을 연장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정부는 연말까지 석유화학 기업들이 사업재편계획서 제출 시 사업재편 심의 절차를 신속히 착수할 계획입니다. 사업재편계획서의 구체성 및 자구 노력의 타당성 등을 종합 고려해 사업재편 승인 시점에 정부 지원 방안도 함께 발표합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6일 전남 여수시 한국산업단지공단 전남본부 대회의실에서 '여수지역 석유화학기업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고부가 전환 방향을 제시할 화학산업 연구개발(R&D) 투자 로드맵의 경우는 대규모 R&D 사업 기획 등 사업재편 이행 기업에 우선 지원키로 했습니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사전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기업결합 추진은 석유화학 사업재편 예정 1호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국내 전체 나프타분해시설(NCC, 납사크래커) 용량 1470만톤 중 18~25%에 해당하는 270만~370만톤 자율 감축 방안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대산 NCC 설비 중심인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물적 분할 후 분할회사가 HD현대케미칼과 합병, HD현대케미칼이 존속법인으로 합병법인의 주식은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각각 50%씩 보유할 계획입니다. 이 재편안은 산업부의 사업재편 승인 심사와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2026년 1월1일 본격 시행까지 30여일만을 남겨두고 열린 CBAM 대응 제5차 합동 설명회에서는 산업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관세청 등 4개 부처가 합동으로 참여하는 등 규제에 대한 전방위적인 대응을 약속한 상황입니다.
이재근 산업부 신통상전략지원관은 이날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같은 외국의 조치가 우리 기업에 무역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대내·외적으로 정책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8월1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철강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고려특수선재 포항공장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철강 등 탄소 감축이 어려운 산업이 글로벌 탄소 규제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그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계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CBAM 이행 지침서를 본격 시행에 맞춰 개정, 연내 배포하는 등 규제 정보와 대응 방법을 신속하게 전파한다는 방침이나 향후 발표될 하위 규정이 관건입니다. 우리 기업의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EU 관계당국과 지속 협의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들로서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세부 사항이 확정되지 않아 대응 전략 마련에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들로서는 나올 하위 규정 내용에 따라 준비 방향을 조정해야 하는 관계로 제도 시행 전까지 남은 시간 동안 불확실성은 해소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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