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폴란드 잠수함 ‘쓴맛’…캐나다 남았다
유럽 ‘안보 연대’에 밀린 한국 잠수함
캐나다서 독일과 ‘2파전’…설욕할까
2025-11-27 14:26:15 2025-11-27 15:28:15
[뉴스토마토 윤영혜·박창욱 기자] 폴란드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 ‘오르카(Orka) 프로젝트’가 결국 스웨덴 사브(SAAB)의 품으로 들어갔습니다. 한화오션은 정부의 장보고함 무상 양도라는 파격 지원을 등에 업고 막판까지 수주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유럽 내부 안보 연대를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의 첫 유럽 잠수함 진출은 무산됐지만, 한화오션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최종 후보에 오른 만큼 다음 전장에서 승부를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한화오션 잠수함. (사진=한화)
 
폴란드 국방부는 26일(현지시각) 오르카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스웨덴 사브를 선정했습니다. 폴란드 정부는 내년 2분기까지 최종 계약을 체결하고 2030년 첫 A26 블레킹급 잠수함을 인도받는다는 계획입니다. 총 계약액은 100억즈워티(약 4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무기체계 통합부터 운용·정비·교육훈련까지 포함한 전체 사업 규모는 360억즈워티(약 14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이번 수주전에는 스웨덴 사브뿐 아니라 한국 한화오션,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스페인 나반티아, 프랑스 나발그룹까지 유럽·아시아 주요 조선·방산업체가 대거 참여했습니다. 한국은 한화오션이 사업을 주관하고 HD현대중공업이 지원하는 형태로 독자 설계한 3000톤(t)급 장보고-III(KSS-III) 배치-II 잠수함을 앞세워 도전장을 냈습니다. AIP(공기불요추진시스템)과 리튬이온 배터리, 수직발사관(SLBM) 운용 능력 등 성능 면에서는 세계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국 정부도 파격적인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해군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함(1200t급)을 올해 말 퇴역 즉시 폴란드에 무상 양도해 한국산 잠수함의 운용 경험을 제공하고, 교육·훈련용으로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가격·성능·무상 제공을 모두 포함한 패키지형 접근이었습니다.
 
한국의 공세적 제안보다 더 크게 작용한 것은 유럽 내부의 안보 결속과 산업 협력 분위기, 이른바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기조였습니다. EU의 방산 자립 흐름 속에 유럽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정치·전략적으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한화 거제사업장 방문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사진=연합뉴스)
 
특히 영국이 자국 기업 배브콕(Babcock)의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을 앞세우며 사브 선택을 강하게 로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적 압력’이 수주전의 숨은 변수로 평가됩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폴란드의 한국산 무기 쏠림에 대한 현지 여론, 유럽산 우선 구매라는 지정학적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며 “국제정치·안보 환경 변수가 점점 커지는 만큼 한국이 외부 요인 대응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스웨덴 A26이 발트해에 최적화된 설계라는 점도 폴란드의 선택을 뒷받침했습니다. 수심이 얕고 지형이 복잡한 발트해 특성상 기동성과 은밀성을 갖춘 중형 잠수함이 유리한 데다, 러시아의 해저 케이블·송유관 위협이 부각되면서 ‘해저 인프라 보호’를 강조한 A26의 설계 철학이 폴란드 안보 전략과 맞아떨어졌다는 평가입니다. 송방원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는 “장보고-III가 ‘동급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수심이 얕고 소음이 큰 발트해의 운용 환경에 최적화되지 않아 선택받지 못한 면도 있다”며 “막판에 209급 잠수함 갭필러 제공을 제안했지만 스웨덴도 A17 잠수함 제공을 제시하면서 효과가 상쇄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업계의 시선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독일 TKMS과 최종 2파전에 올라 있으며, 캐나다 해군은 3000t급 잠수함 12척 도입을 추진 중으로 이르면 내년 상반기 계약 윤곽이 나올 전망입니다.
 
송방원 교수는 “독일 TKMS 212CD가 북극해 최적화와 나토 동맹 협력을 강하게 내세우고 최근 캐나다 함정전투체계 CMS330을 1조원 이상 구매하기도 했다”며 “우리가 장점으로 강조하는 장보고-III의 SLBM 능력이 오히려 캐나다의 운용 특성(순찰 중심)에 맞지 않고 승조원 규모도 50명으로 큰 편이라 캐나다에서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윤영혜·박창욱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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