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2024년 갑작스러웠던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풀릴 것 같지 않은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계엄의 '진짜 동기'입니다. 특히 이른바 '정치적 공동체'이자 V0(브이 제로·대통령을 앞서는 권력자)로 불린 김건희씨에 대해서는 미제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①계엄의 목적 "김건희 구하기"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여권은 윤씨의 계엄 동기에 대해 "김씨를 구하기 위해 헌정 질서를 파괴했다"라는 비판을 반복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정치권의 이 같은 우려는 내란 특검팀의 수사에서도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팀은 수사 기한 종료인 오는 14일을 앞두고 윤씨의 비상계엄 선포 동기에 대해 '김건희 구하기'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씨는 12·3 계엄에 대해 야당의 폭거에 대응하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계엄 작전 2달 전부터 준비한 정황이 규명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계엄의 실질적 목표가 '김건희 구하기'에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특검팀의 수사 항목만 보더라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게이트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서울-양평 노선 변경 등 '김건희 사법 리스크'가 폭발하던 시기였습니다.
실제로 김씨가 정치적 위기에 몰리는 순간마다 윤씨는 북한에 무인기(드론)를 날리는 등 '북풍'을 유도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윤씨가 계엄을 준비한 시점도 '명태균 게이트'로 인해 '김건희 리스크'가 커지던 시기였습니다.
특히 11월 말은 당시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을 압박하고 있었지만,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이끈 여당 내에서도 '이탈표'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던 만큼 마땅히 특검을 막을 방법이 없던 셈입니다.
김건희씨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2024년 9월10일 자살 예방 및 구조 관계자 격려차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들과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 동행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②1000일과 '무속'
그런데 왜 계엄 선포는 2024년 12월3일이었을까. 공교롭게도 계엄 선포 당일은 윤씨가 대선에서 승리한 2022년 3월9일 이후 100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계엄 직후 민주당에서는 '기미가요'에서 이유를 찾았습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방송에 출연해 "일본 기미가요에 숫자 2개가 나온다. 하나가 1000이고 하나가 8000"이라며 "지난봄에 있었던 계엄 대비 훈련 작전명이 '충성 8000'이다. 우연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당선일로부터 1000일에 작전을 감행했다고 하니 소름이 돋는 상태"라고 주장했습니다.
무속에 근거한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있습니다. 윤씨 부부는 대선 준비 과정에서부터 무속 논란과 함께했습니다. 윤씨는 대선 후보 토론에서 손바닥에 한자로 왕(王)을 새겼고, 청와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하는 과정에서는 천공 등을 비롯한 무속에 의한 것이라는 의심을 샀습니다. 졸속 이전 비판에도 윤씨 부부는 무속에 따르듯 단 하루도 청와대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또 무속 활동을 이어온 건진법사 전성배씨는 김씨의 회사에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건진법사는 현재 무속 논란을 넘어 뇌물과 정치 개입이라는 복합 스캔들로 수사가 확대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천공과 명태균 등도 이른바 '비선 무속인 조력자'들에 해당합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받는 김건희씨가 지난 8월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③ V1 위에 'V0'
윤석열정부 임기 내내 대통령실 안팎으로는 V0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습니다. 지난 8월 피의자가 된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칭했지만 실상은 '탐욕' 그 자체였다는 게 밝혀지고 있습니다.
김씨는 2021년 12월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라는 사과 기자회견을 연 바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정권을 잡으면…"이라던 <서울의 소리> 기자와 7시간 통화는 현실이 됐습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는 지난 8월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인사권, 공천권 지분을 각각 50대50으로 똑같이 나누기로 약속하고 대선을 시작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김씨의 이른바 '공천 개입' 핵심인 명씨로부터 밝혀진 윤석열정부의 실상입니다.
수사 지휘까지 있었습니다. 내란 특검팀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5월5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내 사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 "김혜경·김정숙 여사 수사는 왜 잘 진행이 안 되냐", "김명수 대법원장 사건은 왜 방치되는 거냐"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후 수사팀이 전격 교체되는 등 사실상의 '실세'라는 게 입증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김씨는 2023년 9월 서울 경복궁 근정전 안을 찾아 스스로 임금의 의자인 어좌(용상)에 앉기까지 했습니다. 이를 놓고 민주당에서는 "스스로 왕이 되겠다는 생각이고 영구 집권을 생각했던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④계엄 당일의 행적
김씨의 계엄 당일 행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 드러난 당일 행적은 성형외과에서 3시간가량 머무른 정황입니다.
그런데 김씨의 행보가 주목되는 건, 그가 비상계엄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가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비상계엄을 알았다면, 계엄 관여 여부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여기에 김씨가 계엄을 종용했는지 역시 관건입니다.
김씨가 성형외과에 머문 건 오후 6시25분부터 계엄 선포 직전인 9시30분까지입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의도적으로 동선을 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동선이라는 겁니다.
당시 대통령실 내부에서 이른바 '여사 라인'들이 계엄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김씨가 모를 리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김씨는 계엄 선포 무렵 조태용 당시 국정원장과도 문자메시지를 나눈 것으로 알려집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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