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바이오산업 특화 전략을 고심하고 있지만 첨단 바이오산업의 취약성은 단기간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K-첨단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이 주요 선진국 대비 '최하위권'인 데다, 핵심 원부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90%를 넘기 때문입니다.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차세대 바이오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극심해지고 있지만 '개발은 국내, 핵심은 해외'라는 구조적 한계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첨단 바이오 경쟁력을 위해서는 취약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선도국과 손을 잡되, 장기적으로 산업 근간의 혁신 등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이원화 전략'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3일 산업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한국의 첨단 바이오산업 경쟁력은 종합점수 4.81점(10점 만점)으로 비교 대상 7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래픽=산업연구원)
'경쟁' 극심한데…절대 열위 '한국'
3일 산업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한국의 첨단 바이오산업 경쟁력은 종합점수 4.81점(10점 만점)으로 비교 대상 7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비교 주요국은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스위스입니다. 특히 1위인 미국(9.61점)과의 격차는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절대 열위 상태였습니다.
아울러 기술적 경쟁력(5.18점, 6위)에서는 양적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결정적인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이중 인력·연구에 대한 기술 조성 기반은 7개국 중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생명공학 박사학위자 수가 미국 대비 8분의 1 수준인 데다, 첨단 바이오 핵심 연구 인력의 1.9%만 국내 고용되는 인재 쏠림이 심각한 실정입니다. 이에 따른 유출 현상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핵심기술 추적(Critical Technology Tracker) 분석에 따르면 첨단 바이오 분야(유전공학)의 박사급 이상 핵심 연구 인력의 44.1%가 미국 고용에 쏠려 있습니다.
핵심기술 추적 분석으로 파악한 연구 실적 조사에서도 2023년 기준 고인용(상위 10%) 논문 실적에서 중국이 게놈 시퀀싱(41.9%), 생물학적 제조(28.6%) 등 4개 핵심 바이오 분야 모두 미국을 제치고 1위로 부상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전 분야에서 2~3%대의 미미한 점유율을 보였습니다.
기술 활용 역량인 임상 시험의 경우는 건수에서 양적 성과인 3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는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집중하는 '유전자변형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 분야 비중이 현저히 낮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10월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종합 컨벤션 '2025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부스에 바이알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경제적 경쟁력 진단 '총체적 부실'
과거 기술인 '세포치료제' 분야에 임상 시험이 68.9%를 차지하는 등 편중 현상을 보이면서 기술적 역량은 정체 상태를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경제적 경쟁력 진단 결과가 4.38점으로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기술 역량 부족보다 산업화하고 경제적 가치로 연결하는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입니다.
평가 항목 중 가장 취약한 '3대 핵심 약점'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대응력(4.00점), 선도기업 역량(4.39점), 기술 조성 기반(4.71점)으로 지목됐습니다. 예컨대 글로벌 비교 선도기업 역량은 최하위권인 데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 CGT 제품 제조사는 전무한 실정입니다.
파이프라인 상위 20개 기업에 한국 기업이 부재인 것도 꼬집었습니다. 미·EU 기업이 독점인 핵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와 공급망 리스크 대응력 취약성, 세포치료제 등 주요 품목 무역특화지수(TSI)가 -1.000으로 전량 수입 의존 상태인 것도 문제로 꼽았습니다.
수출 통제 땐 산업 마비의 위험이 있고 미·EU 정부 지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경쟁국 대비 실질적 재정 지원 규모도 미흡하다는 판단입니다. 2018~2025년 보조금 정책 건수를 보면, 중국(721건), 미국(100건) 대비 한국은 10건에 불과한 최하위입니다.
지난 10월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종합 컨벤션 '2025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에서 방문객들이 부스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단기 협력·중장기 자립…이원화 전략 시급"
정지은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바이오리액터(6.4%)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핵심 품목(배양배지, 면역 용품 등)에서 수출 점유율이 3% 미만이거나 전무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수입 집중도(CR3) 분석 결과 한국은 16개 품목 중 세포치료제, 연구용 세포, 바이러스 벡터, 초저온냉동고 등을 포함한 13개 품목에서 수입 집중도가 '고' 또는 '중' 수준으로 나타나 미·EU 등 소수 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국가의 수출 통제 시 한국의 바이오산업 전체가 마비될 수 있는 심각한 경제 안보 취약점"이라며 "산·학·연 전문가들은 한국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우수 인재의 절대적 부족 및 의료계 쏠림 현상, 핵심 소부장의 심각한 해외 의존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도기업의 부재, 최신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직된 규제 환경 및 규제 당국의 전문성·역량 부족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고 말했습니다.
정 부연구위원은 "이러한 총체적 약점은 단기적인 자력갱생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한국의 첨단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단기적 협력과 중장기적 자립을 병행하는 이원화 전략(Dual-track Strategy)의 추진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미·EU 등 신뢰할 수 있는 선도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핵심 소부장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인재 양성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 핵심 소부장 자급화 기반 확립, 인공지능(AI) 기반 연구개발(R&D) 혁신을 통해 국가 바이오 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지난 5월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5에서 관계자가 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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