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당장 내년 1월에만 11조원 규모의 회사채가 만기 도래하는 가운데 연말 북클로징(장부 마감) 시기와 국고채 금리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채권 발행이 쉽지 않을 까닭입니다.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도심 마천루 전경. (사진=뉴시스)
8일 예탁결제원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를 나타내는 크레디트 스프레드(무보증 3년물·신용등급 AA- 기준)는 이달 5일 0.459%포인트로 집계됐습니다. 불과 한 달 전 0.402%포인트였던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기준금리 인하 종료 신호로 다시 확대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달 외신 인터뷰에서 ‘통화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을 언급하자, 국고채 금리는 연 3%대로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시장 전반의 금리 부담이 한층 커지면서 이자 비용이 증가하는 등 기업의 자금조달에도 악영향이 가해지는 모습입니다.
실제 올해 들어 이날까지 발행된 회사채는 125조97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9% 증가했는데 분기별로 보면 1분기(17.3%), 2분기(11.3%), 3분기(31.2%)로 상승세를 보이다 4분에는 17조854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8.7% 감소한 상태입니다. 예정된 일반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도 지난 2일 흥국생명 후순위채 이후 잠잠한 실정입니다.
내부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검토했던 SK텔레콤과 KCC글라스 등의 경우 내년으로 회사채 발행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발행액을 줄인 곳도 나왔습니다. 당초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던 HDC의 경우 500억원으로 발행액을 줄였고 SK온도 1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축소해 발행했습니다.
문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기업들이 갚아야 할 회사채 만기액은 58조214원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내년 1월 만기 도래하는 채권도 11조4566억원 규모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만기 도래 채권을 상환해야 하는데,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롤오버(만기 연장)나 차환(재발행), 현금 상환 등 조달 전략에 대한 고민이 커진 것입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이창용 한은 총재 발언에 대해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 심리는 진정되지 않았다”며 “경기 개선 기대감과 물가 경계심이 맞물리며 금리가 빠르게 안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으로 발행이 감소하는 연말에 접어들었고 여기에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부 기업들의 수요예측 철회, 연기 결정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진다”며 “금리가 안정화되지 않을 경우 연말 크레딧 시장의 부진한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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