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경기 부천과 서울 홍대를 잇는 광역철도가 본격 공사에 착수하면서 수도권 서부 지역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동안 철도교통 소외 지역이었던 곳들이 개통 기대감에 들썩이는 모습입니다. 다만 실제 완공까지 수년이 남았다는 점에서 단기 급등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부천 오정구에서 대장홍대선 착공 기념식을 진행했습니다. 부천 대장신도시부터 서울 2호선 홍대입구역까지 총 20.1km를 연결하는 이 노선은 2조100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됩니다. 공사 기간 6년을 거쳐 2031년 개통을 목표로 하며 개통 후 40년간 민자 사업자가 운영을 담당합니다.
개통 후에는 부천 대장신도시에서 홍대입구역까지 광역버스로 약 1시간 걸리던 거리가 27분으로 줄어듭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역에서 홍대입구까지는 1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버스와 자가용에 의존해온 서부권 주민들에게는 획기적으로 접근성이 개선되는 것입니다.
특히 3기 신도시인 부천 대장지구는 도시 개발과 철도망 구축이 동시에 진행되며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는 데다 주거·자족 기능이 함께 확충될 경우 중장기적인 주거 선호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고양 덕은지구 역시 주목받고 있는데요. 상암과 가까운 위치임에도 철도 공백 지역이 컸던 이곳은 10월 이후 60여건의 매매가 성사되며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대장단지인 'DMC자이더리버' 전용면적 84㎡ 기준 연초 11억원 초반에서 최근 12억원대 중후반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전용 99㎡ 역시 14억원3500만원에 거래되며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인근 다른 대단지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DMC자이더리버 단지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착공 발표만으로 현재 이 정도 가격이 형성됐는데 실제 개통 시점이 다가오면 국평 15억원대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신축 단지라는 이점이 있고, 집주인들이 더 높은 가격을 기대하며 매물을 회수하는 경우도 보인다"면서 "이미 노선 계획이 공개될 때 한차례 상승이 있었고, 개별 물건마다 상황이 달라 협상 여지는 각기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상암동 일대도 재평가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새로 신설될 상암역 주변 아파트 단지들이 관심을 받으면서 84㎡가 연초 12억~13억원선에서 최근 15억원대까지 뛰었습니다. DMC 업무지구와의 시너지 효과로 출퇴근 수요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종점인 홍대입구역은 기존 2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중앙선에 대장홍대선까지 더해지며 서부권 핵심 환승 거점으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유동 인구 증가와 상권 활성화 등 간접적인 파급 효과도 기대됩니다.
백상현 서부광역메트로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부천 오정구 오정대공원에서 열린 광역철도 '대장홍대선' 착공기념식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천 원종동과 고강동 역시 노선의 핵심 수혜 지역으로 손꼽힙니다. 기존 주거지역에 재개발 기대 수요가 있는 데다 서울 접근성이 개선돼 주택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부천시 고강·원종동 인근 지역에서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문의가 증가했으나 착공이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장 기대감이 본격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습니다. 철도 계획이 분양 단계부터 가격에 반영돼온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는데요. 특히 덕은지구는 애초 서울 근접성을 내세워 가격이 책정됐고, 이후에도 교통 개선 기대감이 지속적으로 가격에 녹아들었다는 분석입니다.
완공 시점이 아직 멀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합니다. 민자사업 특성상 공정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다른 광역철도 사업들도 당초 계획보다 지연된 사례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장홍대선이 서부권 교통 여건을 개선하는 효과는 분명하지만, 과거 철도 개통 사례처럼 전반적인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교통 노선이 과거와 같은 파급력을 가지려면 광역적이거나 주요 업무지와의 연결성이 더 강해야 한다”며 “대장홍대선은 노선 특성상 가격 상승 폭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신축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도시가 고도화될수록 지하철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고, 교통 인프라가 갖춰진다는 것 자체가 주거지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 요소”라며 “특히 아파트 대단지의 경우 철도·도로 같은 기반시설이 완성되느냐에 따라 주거 가치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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