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초기의 신중함을 뒤로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직설 정치'에 복귀했습니다. 최근 부동산 정책과 세제 개편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야당·언론과 직접 설전을 벌이며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강하게 쥐려는 모습입니다. '언어 해독'이나 '조작 왜곡' 같은 날 선 표현도 동원됐는데요. 이를 두고 국정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평가와 함께, 이 대통령의 직접 등판이 자칫 불필요한 정쟁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옵니다.
대통령, 야당과 SNS로 '설전'
이 대통령은 1일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에 "부동산 투기 때문에 나라 망하는 걸 보고도 왜 투기 편을 드나"라며 "나라가 사라질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렇게 버는 돈에 세금 좀 부과한 것이 그렇게 부당한 것인가"라고 일갈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부동산 시장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언론 보도에 날을 세운 것입니다.
SNS상에서 이어진 야당과 부동산 공방의 연장선입니다. 이 대통령은 전날 X에 "'망국적 부동산'의 정상화가 불가능할 것 같은가"라며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을 감수하면 될 일"이라며 집값 안정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국민의힘이 맞받아쳤습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그렇게 쉬운 부동산 정상화를 왜 아직 하지 못하고 있는지, 국민은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이 해당 논평을 다룬 기사를 인용하며 응수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언어 해득 능력을 아직 완전히 갖추지 못한 분들을 위해 '쉽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를 자세히 풀어 쓴다"라며 "계곡 정비나 주가 5000 달성이 세인들의 놀림거리가 될 만큼 불가능해 보이고 어려웠지만 총력을 다해 이뤄냈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일이 그것보다야 더 어렵겠는가"라고 적었습니다.
취임 직후 자제하던 직설 화법과 SNS 정치가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덩달아 야당과 대립의 골도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에는 X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똑같은 사안에 정반대의 입장"이라며 최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태릉CC) 개발 계획과 세운지구 재개발 논란을 언급했습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금 국가유산청이 세운지구 개발에 적용하는 잣대를 똑같이 태릉CC에 적용한다면 서로 다른 결론이 있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앞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전 여의도연구원장도 거들었습니다. 윤 전 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대통령의 메시지들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낙인찍는 것, 세금폭탄을 투하하기 위해 미리 악인화하는 것"이라며 "공포는 지방선거 후 세금폭탄으로 현실화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치를 재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돌아온 '폭풍 SNS'…'기대·우려' 공존
'설탕 부담금'을 놓고도 야당과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설탕 부담금을 처음 띄우자 국민의힘이 '증세 신호탄'라고 비판하며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X에 "정치적 이득을 얻어 보겠다고 상대를 증세 프레임에 가두려고 하는 무조건 반대나 억지스러운 조작·왜곡 주장은 사양한다"라며 국민의힘을 저격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이날까지 올린 설탕 부담금 관련 게시물만 다섯 건에 달합니다.
'세금'과 '부담금'이라는 단어를 놓고 신경전이 붙은 것입니다. 박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이재명정부는 즉흥적인 SNS 정치로 증세의 군불을 땔 것이 아니라, 재정 운용 실패에 대한 성찰과 책임 있는 국정 운영부터 보여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직설'의 화살은 언론에도 향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한 언론사의 기사를 첨부하며 "지방선거를 타격 주기 위해 증세 프레임 만드는 걸까"라고 언급한 뒤 3시간 후 또 다른 기사와 함께 "하지도 않은 말까지 창작해 가며 가짜뉴스 만드는 건 옳지 못하다"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직설 정치 복귀는 단순 의견 표명을 넘어 강한 정책 집행 의지로 해석됩니다. '느린 국회'를 지적했던 만큼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빠른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함입니다. 취임 직후 뜸했던 '폭풍 SNS'가 돌아온 건 지지율 50% 대 방어와 코스피(KOSPI·유가증권시장) 주가지수 5000 돌파 등으로 국정 운영에 자신감이 붙은 결과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방식이 자칫 불필요한 정쟁 요소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 대통령 본인이 이슈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있다는 자신감이 보인다"라면서도 "그간 대통령의 발언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됐다. 대통령의 발언이 발화점이 돼 의제에 대한 검증보다 말에 대한 찬반으로 치닫거나 정쟁적 요소로 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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