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2026년 임금 및 노동조건 공동 요구안을 발표했습니다. 임금 6.2% 인상, 만 65세 정년 연장, 모회사와 자회사 간 초과이익성과급(OPI) 차별 폐지 등입니다. 교섭 결과에 따라 다른 기업들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결과가 주목됩니다.
노조 "실질임금 하락 정상화"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노조연대는 2026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앞두고 임금 6.2% 인상을 핵심 요구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번에 제시한 인상률 6.2%는 지난해 요구한 5.7%보다 0.5%p 높은 수준입니다. 2025년 실질 생활물가 상승률 2.7%, 노동생산성에 따른 부가가치 증가분 2.0%, 통상임금을 반영하지 않아 발생한 실질임금 손실 보전분 1.5% 등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삼성노조연대는 OPI 지급 기준을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 20% 기준'에서 '영업이익 15%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핵심 요구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현재 삼성 계열사들은 OPI를 산정할 때 영업이익이 아닌 EVA를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EVA의 핵심 요소인 자본비용의 계산식과 산출 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경영진의 개입 여지가 있다는 불만이 제기됩니다. 노조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전환하고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모회사와 자회사 간 성과급 차별을 철폐하고 자사주를 활용한 주식보상제도 도입 등도 요구안에 포함했습니다. 자회사 직원의 평균 연봉은 모회사 대비 약 50~60% 수준에 불과하고 성과급 지급률 역시 모회사 대비 20~30%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입니다. 동일한 고객을 상대로 동일한 업무와 책임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보상 체계만 이원화돼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고령화에 대비해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정년 연장을 요구했습니다. 정년퇴직 후 국민연금 수급 사이의 소득 공백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만 56~57세부터 시작되는 임금피크제 개선도 요청했습니다. 이 밖에도 포괄임금지 폐지, 실노동시간 단축, 대표이사·최고경영진 교섭 참여 등 상호 존중에 기반한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등을 촉구했습니다.
오상훈 삼성노조연대 의장은 "이번에 제시한 요구는 과도한 임금 인상이 아니다"라면서 "이미 발생한 실질임금 하락을 정상화하고 노동자의 정당한 몫을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성과급을 계산할 때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고 상한제도 폐지해야 한다"며 "성과급 계산식을 투명하게 공개해 노동자들에게 성과가 정당하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삼성 노사 교섭, 재계 파장 예고
삼성노조연대의 움직임을 두고 재계에서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삼성노조연대는 삼성 내 대표적인 진성 노조로 한국노총 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재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삼성노조연대가 임금피크제 개선과 함께 만 65세 정년 연장을 요구한 점은 재계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사안으로 꼽힙니다. 재계는 그동안 인건비 부담 확대와 청년 고용 위축을 이유로 정년 연장에 반대해왔습니다. 반면 노조는 이러한 논리가 오히려 사용자 측에 유리하게 작용해왔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재명정부가 출범 이후 만 65세 정년 연장을 국정 과제에 포함하면서
한화오션(042660),
포스코(005490),
HD현대중공업(329180),
기아(000270),
현대차(005380) 등 주요 대기업 노조들이 잇따라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으며, 여기에 삼성노조연대까지 가세한 상황입니다.
대기업 노사 간에 이뤄진 합의나 투쟁은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000660)가 성과급 제도를 개편했을 당시 대기업 전반의 임금 정책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왔으며 지난해에는 성과급 상한제까지 폐지했습니다. 이 변화는 성과를 임금에 직접 연동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선례로 받아들여졌고, 삼성노조연대도 이를 계기로 성과급 제도 개편을 요구해왔습니다.
또한 올해부터 한화오션이 사내 협력사에 대한 성과급을 자사 직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기로 하면서 유사한 요구가 다른 대기업으로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화오션은 직원들에게 기본급 기준 150%의 성과급을 지급한 반면 협력사에는 절반 수준인 약 75%만 지급해왔습니다. 삼성 계열사 내 모회사와 자회사 간 성과급 차별 문제와 유사한 사례인데요. 삼성노조연대 역시 한화오션의 제도 개편을 근거로 모·자회사 간 성과급 차별 철폐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삼성 노사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하나의 참고 사례로 작용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이 사실상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공동 요구안이 재계에서 상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사측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까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 노조가 요구안을 제시하면 이를 기준으로 다른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노동자들도 유사한 요구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정년 연장은 재계 전반의 관심 사안인 만큼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9일 임금 인상률 6.2%, 성과급 제도 개선, 정년 만 65세 연장 촉구 등을 공동 요구했다. 사진은 삼성노조연대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삼성카드 본사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사진=삼성노조연대 제공)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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