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험사 의료자문 내부통제기준을 법제화하기로 했습니다. 자율 규제에 머물러 있던 내부통제기준을 금융사지배구조법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위원회와 함께 보험사의 '의료자문 표준내부통제기준'을 금융사지배구조법에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금감원은 지난 2024년 2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의료자문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의료자문 남발과 자문의 편중 방지 등을 위해 현행 의료자문 표준내부통제기준 내용 중 일부를 법제화하려는 시도입니다.
보험회사의 의료자문 표준내부통제기준은 2021년 제정됐는데요. 보험협회가 보험회사의 내부통제기준 또는 자체 내규에 반영하도록 권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율규제입니다. 이번 법제화의 핵심은 의료자문 시 준수해야 할 절차와 의료자문위원회 설치 등을 내부통제기준으로 의무화하는 것입니다. 과거 금감원은 보험사의 소송행위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시행세칙에 소송관리위원회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소송 제기 관련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는데요. 이번 의료자문 표준내부통제기준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설명입니다.
현재로선 규정을 어기더라도 제재에 한계가 있었지만, 법령에 명시된다면 당국이 더 강제력 있는 수단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법제화 작업을 통해 보험사의 역할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의료자문이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또는 손해사정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의료 전문가에게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보험금 청구 건에 대해 내부 판단이 어렵거나 재검토가 필요한 경우 실시합니다. 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부지급, 일부지급, 전부지급 여부가 결정되는데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의료자문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불신이 높습니다.
자문 절차는 통상 보험계약자가 자문에 동의하면 보험사가 진료기록을 받아 의료기관에 의뢰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자문 결과가 나오면 보험계약자에게 통보하는 방식인데요. 그러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서면 정보만을 바탕으로 한 자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또 보험사를 거쳐 자문이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로 자문이 진행됐는지, 어떤 기준으로 결과가 나왔는지, 보험사에 유리한 결과를 통보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보험사의 의료자문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 제3의 의료기관에서 다시 자문을 받는 '제3의료자문'이 있는데요. 이 단계에서도 보험사가 제시하는 병원 목록 중 하나를 선택하는 관행이 있어왔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2024년 보험개혁회의에서 의료자문과 관련해 중립적인 자문단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의료자문 제도가 지급 거절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의료자문 기관 및 자문의 선정의 공정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이에 이달 초 금감원은 대한의사협회와 제3의료자문 협약을 체결하고 의협 내 독립적인 자문단을 구성해 소비자의 제3의료자문 선택지를 넓히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의료자문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왔습니다. 2020년부터 생명·손해보험협회에 의료자문 현황 공시에서 전체 청구건 중 의료자문 실시 건수,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 건수, 일부지급 건수, 보험금 부지급률과 자문의료인 소속기관 등 세분화된 정보가 공시되고 있습니다. 2021년엔 의료자문 표준내부통제기준을 제정해 의료자문을 보험금 지급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게 하고 자문의 편중을 방지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명문화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선이 필요한 안건들을 순차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단계"라며 "의료자문 표준내부통제기준 법제화는 올해 안 추진을 목표로 금융위 실무진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의료자문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 신뢰 회복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면서 "처벌 강화보다 보험사 내 자율규제가 잘 지켜지도록 모범 보험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제3의료자문과 관련해선 "소비자 선택지를 넓힌 건 좋지만 자문 절차가 길어진다면 실질적인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험업권에서는 이번 법제화 시도가 보험사에 큰 부담은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금융업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보험사가 자율규제를 지키고 있어 아마 큰 변동 사항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법제화되는 내용과 관련해 아직 보험사들 사이에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지만, 이미 있는 내용을 법제화 한다면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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