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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31일 10:5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한국토지신탁(034830)이 도시정비사업 확대를 계기로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수료 중심에서 벗어나 자금을 선투입해 사업을 직접 끌고 가는 방식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서, 신탁계정대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다만, 이 때문에 현금이 현장에 묶인 가운데 고금리 차입 부담까지 겹치며 최근 실적은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한토신이 수수료 중심에서 정비사업 중심으로 체질 변화를 겪는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토지신탁 건물 전경 (사진=한국토지신탁)
사업 구조 전환 속 신탁계정대 확대, 수익 인식은 지연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토지신탁 IR자료 등에 따르면 한토신의 지난해 누적 신규 수주는 3242억원으로, 이 가운데 도시정비사업이 1649억원으로 절반을 조금 넘는 50.9%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연간 신규 수주 규모도 2023년 부진 이후 회복세에 진입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최근 2~3년 사이 한차례 크게 흔들린 뒤 다시 방향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2023년에는 도시정비사업 비중이 62%까지 치솟는 반면 차입형 토지신탁은 2%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특정 사업에 쏠리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후 2024년을 거치며 비중이 다시 조정됐고, 2025년에는 도시정비(50.9%)와 차입형 토지신탁(35.6%)이 나란히 중심을 이루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한때 30% 이상을 차지하던 리츠 사업 비중은 5%대로 내려오며 존재감이 크게 줄었다.
이 과정에서 한토신의 사업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당초 신탁보수를 받는 수수료 중심 모델이었지만, 최근 도시정비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사업 초기 이주비와 각종 사업비를 먼저 집행한 뒤 회수하는 방식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신탁계정을 통한 자금 선투입 규모도 함께 늘었다. 신탁계정대는 이처럼 신탁사가 사업비를 먼저 투입하며 쌓이는 자금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회수가 늦어질 경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제도와 시장 환경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도 풀이된다. 지난 2016년부터 신탁사도 재개발·재건축 같은 도시정비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사업 영역이 넓어졌다. 이에 한토신은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선제적으로 진출한 이후 서울 여의도와 목동 등 핵심지에서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을 확보하며 도시정비 시장 내 입지를 강화했다. 여기에 최근 건설경기 둔화로 책임준공형 개발사업이 줄어들면서, 기존 차입형 토지신탁만으로는 수주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실제로 2023년 한토신의 신규수주가 539억원까지 급감하자, 이후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다시 수주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재무지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신탁계정 차입금은 최근 3년간 1조 1957억원에서 1조 3601억원, 1조 4557억원으로 꾸준히 늘었고, 사업비 지출 역시 5944억원에서 9229억원까지 확대됐다. 반면 현금·예금은 6000억원대에서 5300억원 수준으로 줄면서, 투입된 자금이 현장에 묶이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차입금 이자율 역시 5.3~9.3% 수준으로 높은 부담이 이어지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확대되고 있다. 신탁계정대는 9000억원대 중반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신탁계정 운용 내역을 보면 사업비 지출 규모가 9229억원에 달하며 대부분의 자금이 이미 현장에 투입된 상태다. 2023년 5944억원, 2024년 7313억원과 비교하면 증가 흐름이 뚜렷하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사업 초기 단계에서 자금을 먼저 투입한 뒤 분양 등을 통해 회수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금액으로, 주로 사업비로 집행된 자금이 핵심을 이룬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현장에 투입된 사업비 규모를 기준으로 신탁계정대 부담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공격적인 수주 확대 과정에서 선투입 비용이 늘어나며 단기 손익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한토신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1843억원으로 전년(2363억원) 대비 22%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339억원에서 -20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2024년 1875억원에서 지난해 -1328억원으로 돌아섰다. 정비사업 특성상 사업비와 신탁계정대 등을 먼저 투입한 뒤 분양과 공정 진척에 따라 수익이 인식되는 만큼, 수주 확대가 즉각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사진=한국토지신탁 IR 자료
분양 시점이 관건…정비사업 성과 '가시화' 시동
정비사업의 실질적인 성과는 결국 분양 시점에서 가시화될 전망이다. 한토신이 확보한 주요 사업장 가운데 서울 흑석11구역 재개발과 신길10구역 재건축 등은 향후 착공 및 분양이 예정된 핵심 프로젝트로 꼽힌다. 이들 사업장이 본격적인 분양 단계에 진입할 경우 사업비 투입이 회수 국면으로 전환되며 수익 인식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주요 사업장 역시 순차적으로 매출화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천 목동10단지 재건축, 신월시영 재건축, 광명 하안주공6·7단지 등 대규모 사업장은 현재 인허가 및 준비 단계를 거쳐 착공을 앞두고 있으며, 사업 진행 속도에 따라 중장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양 일정은 시장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금리 수준과 분양시장 수요, 공사비 상승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착공 및 분양 시점이 지연될 경우, 자금 투입 기간이 길어지며 신탁계정대와 금융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금리 환경이 지속될 경우 사업 추진 속도와 수익성 모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토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업 구조상 수주가 즉시 매출로 반영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시차가 존재한다"며 "2023~2024년 전략적으로 수주를 조절한 영향이 올해 실적에 반영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수주를 재개한 만큼 향후 실적에는 순차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신탁계정대 역시 준공을 앞둔 현장이 늘면서 일시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분양이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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