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 묶고 금리 뛰고…실수요자 대출 더 힘들어진다
2026-04-01 14:47:35 2026-04-01 15:11:15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를 한층 강화하면서 실수요자의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국은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억제하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대출 총량 규제 강화에 더해 시장금리 상승과 가산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금융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7% 뚫은 주담대 금리 더 오를수도 
 
1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는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전년 대비 1.5% 수준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이는 지난해(1.7%)보다 더 엄격한 수준인데요. 기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더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별도로 관리하는 주담대 총량제도 신설됐습니다.
 
은행별로 허용되는 가계대출과 주담대 증가 규모 역시 제한될 전망입니다. 당국 규제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4년 46조2000억원에서 2025년 32조7000억원으로 줄었으며 올해는 증가 규모가 더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가운데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초과한 KB국민은행과 새마을금고에는 올해 총량이 축소되거나 신규 대출 취급이 제한되는 등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특히 대출 차주들의 금리 부담이 커질 전망입니다. 가계대출 총량을 맞춰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가장 실효성 있는 방법인 금리 인상을 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중동 사태로 인한 글로벌 채권 금리 상승까지 겹치며 대출금리는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상단은 이미 연 7%대를 돌파했습니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연 4.41~7.04%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4.87~6.27%, 신한은행 4.55~5.96%, 하나은행 4.79~5.99%, 우리은행 4.63~6.33% 수준을 형성하고 있으며, NH농협은행은 4.44~7.04%으로 나타났습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형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약 3년5개월 만의 일입니다. 지난해 12월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연 3.93~6.23%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금리 상단은 0.78%p, 하단은 0.48%p나 올랐습니다.
 
대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금리 상승 압박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은행 대출금리가 기준으로 삼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면서 꾸준히 오르다가 연말께부터 다소 진정됐는데요. 그러나 최근 중동 사태로 다시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입니다.
 
국제유가와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고정형 준거금리가 되는 5년물 은행채(무보증, AAA) 금리는 지난 2월 말 3.577%에서 지난달 31일 4.050%까지 치솟으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가산금리 인상 압박 계속
 
은행채 금리는 은행 자금조달 비용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 비용이 오르면 대출금리도 함께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고유가와 고물가 여파로 인해 당초 기대했던 기준금리 인하 시점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시장의 실망감이 대출이자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습니다.
 
이날부터 주담대에 반영되는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요율 체계가 개편되면서 일정 금액 이상 대출에 대해 가산금리가 최대 0.25%p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고정형 주담대에 일률적으로 낮은 수준의 출연요율을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대출 규모에 따라 차등 부과되면서 고액 대출자일수록 부담이 커집니다.
 
이와 같이 총량 규제, 시장금리 상승, 가산금리 인상, 제도 변화까지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대출 환경은 빠르게 경색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대출이 줄어드는 수준을 넘어 금리와 한도, 심사 기준이 복합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된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 기조까지 유지될 경우, 대출금리는 쉽게 내려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에 따라 주택 구입이나 갈아타기를 고려하는 실수요자들의 부담은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총량 규제 강화 정책이 상대적으로 소득이나 자산이 부족한 차주들의 대출 접근성을 더욱 낮출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금융당국이 주담대는 줄이면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을 늘리는 방식도 차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전체적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을 제재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 금리라는 카드가 제일 직접적이긴 하다"면서 "한도 축소라든지 대출 선별 작업을 강화한다든지 다른 방법으로도 대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금리만으로도 수요를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나 내부 심사 기준을 더 보수적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다주택자나 투자 목적 대출은 사실상 차단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강하게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 고삐를 죄면서 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대출 총량 규제 강화에 더해 시장금리 상승과 가산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금융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아파트와 오피스텔 전경.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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