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절실한데…대학 창업은 '그늘'
미국 시총 10대 기업 절반 '대학 창업'
우리나라는 '0개'…창업 실패하면 '끝'
원천기술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
'성장 사다리' 복원 시급
"첫 매출부터 투자 회수까지"
2026-06-04 17:08:09 2026-06-04 17:25:3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6·3 지방선거 후 본격적인 '경제 살리기' 국면이 예고된 가운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대학 창업의 질적 전환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구글, 애플, 메타 등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 절반이 대학 창업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시가총액 30대 기업 중 대학 혁신창업 기업이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입니다. 대학의 기술이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창업 성장 사다리’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입니다.
 
외형적 저변↑…질적 성장은 '정체'
 
4일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심층연구’ 분석을 보면, 국제특허 출원 상위 50개 대학에 한국 대학 8개가 포함되고 연구비 1000억원당 특허 등록 건수는 미국의 약 25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 지원에 힘입어 대학 혁신창업의 외형적 저변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교원 및 학생의 창업 기업 수는 2011년 987개에서 2024년 2887개로 약 3배 늘었습니다. 특히 국내 대학 혁신창업 기업의 5년 생존율은 74%로 일반 창업(33.8%)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5.4%)을 크게 상회하고 있습니다.
 
4일 한국은행의 분석을 보면, 대학 혁신창업의 외형적 저변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대학 기술이전율은 약 26%로 미국(40.9%), 영국(61.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그러나 내실을 들여다보면 질적 성장은 정체돼 있습니다. 국내 대학의 기술이전율은 약 26%로 미국(40.9%), 영국(61.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기술이전 후 실제 매출이 발생한 비율은 지난 2019년 26.6%에서 2023년 19.2%로 해마다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브로드컴, 메타 등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 절반이 대학 창업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추격형 제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이 경제성장을 주도해 온 결과, 대학 혁신창업 기업이 시가총액 30대 기업에 진입조차 못 한 상황입니다.
 
사업화에 성공해도 ‘성장 정체’, ‘사업화 보릿고개’, ‘자금 절벽’ 등과 같은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이 자생적 재투자가 불가능한 악순환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학 창업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년 차(1.2%) 흑자를 기록합니다. 반면 제품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딥테크 산업의 특성상 5년 차에는 -3.3%로 분석됐습니다.
 
대학 창업의 질적 성장이 막힌 원인으로 창업 과정 전 주기에 걸친 구조적 제약이 꼽힙니다. 사업 착수 단계의 경우 좋은 원천기술이 있어도 교수나 연구원들이 선뜻 창업에 도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창업에 실패했을 때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대표자 개인보증 부담이 여전하고 실패 후 학교로 돌아오는 복직·학 절차도 모호합니다. 
 
게다가 대학 내에서 기술 지분율이나 로열티를 두고 협상하느라 의사결정이 한참 지연되기 일쑤인 점도 꼽고 있습니다. 정작 교수의 업적을 평가할 때는 창업 실적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직된 구조도 걸림돌로 지목됩니다.
 
지난 5월2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6년 제21회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에서 장애인·로봇 협업 제조 워크셀이 시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창업해도 스케일업 '멈춤'
 
우여곡절 끝에 창업을 해도 장벽은 남아 있습니다. 대학 안에는 내 기술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특허를 보호해 줄 변리사 등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변리사를 보유한 대학 기관은 16.9%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기술을 직접 시험해 보고 다듬을 테스트베드나 고가 공용 장비가 부족해 초기 투자자들에게 제품 가능성을 증명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스케일업 단계에서는 초기 투자 이후 후속 투자로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해 성장이 멈추는 이른바 ‘자금 절벽’이 문제입니다. 대학 창업자 10명 중 4명 이상(46.3%)은 "최근 3년간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데 실패했다"고 토로합니다.
 
회수 시장이 좁은 점도 꼽았습니다. 대기업에 회사를 매각하는 인수합병(M&A) 등 중간 회수 경로가 여러 규제에 막혀 오로지 상장(IPO)에만 의존하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벤처투자 회수 시장은 자금 회수 기간이 평균 14.7년으로 상장까지 긴 시간이 걸립니다. 투자금이 한 번 묶이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후속 투자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정종우 한은 경제연구원 인구노동연구실 과장은 “대학 거버넌스 개혁, 공공부문의 수요자 역할 확대, 민간 투자 유도를 병행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며 “사업 착수·사업화 단계에서는 대학 거버넌스 개혁이 주로 요구된다. 사업 착수 단계에서는 교원 업적 평가에 기술이전·창업 실적 별도 트랙을 마련하고 대학·창업자 간 기술이전 계약지 분율·로열티·수수료 등을 표준화하고 이를 사전 공개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지난해 12월9일 서울 소재 대학교 내 취업센터에 대학생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어 “사업화 단계에서는 전문성 강화 및 인프라 확충이 요구된다. 구체적으로 기술이전 전담 조직을 변리사·기술거래사·사업개발 전문가 중심 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대학은 기술 공급·초기 검증에 집중하고 기업 운영은 외부 전문 경영인의 전문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학 창업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공공부문이 혁신조달 시장(과제 기반 시범 구매·소액 신속 트랙)을 열어 초기 매출을 보장하고 지식재산권 담보 특례·매출연동상환(RBF) 방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이와 동시에 기술인수 세제 인센티브 부여, 규제 합리화를 통해 대기업 등의 전략적 투자 유도와 중간 회수 시장 기능을 높이고 한국형 투자계약 표준안, 상환전환우선주 권리 배분 가이드라인 등 민간 투자 선순환의 창업 생태계를 제언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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