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인공지능(AI) 전략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보안 등의 이유로 자체 AI 개발에 무게를 두거나 외부 AI 활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는 AI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고 보안 문제가 해결되면서 기업들이 외부 AI 도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 수정에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삼성 관계사 임원들이 인력개발원 창조관에서 AI 집중교육을 받고 있다.(사진=삼성전자)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LG(003550)그룹 등 주요 기업들은 최근 들어 외부 생성형 AI 도입을 확대하거나 검토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곽노정 사장은 지난 11일 ‘뉴 이천포럼’의 최고경영자(CEO) 타운홀 행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365와 코파일럿 도입을 검토 중이고, 챗GPT 엔터프라이즈 활용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생성형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회사는 최근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임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식 생성형 AI 서비스로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 앤트로픽 클로드 등을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임직원 2500여명을 대상으로 서비스 실효성 검증을 거쳐 글로벌 빅테크가 제공하는 대표 생성형 AI 서비스 3종을 선정하고 도입을 준비해 왔다는 설명입니다. 기존 자체 생성형 AI인 ‘삼성 가우스’와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LG그룹도 AI 활용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LG CNS는 최근 앤트로픽과 클로드 엔터프라이즈 통합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특정 계열사 단위가 아닌 그룹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형태의 계약으로 알려져 그룹 차원의 AI 활용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재계에서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정보 유출과 보안 우려를 이유로 외부 생성형 AI 사용을 제한하거나 차단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부 AI를 배제하기보다 적극 활용해 실질적인 업무 성과를 내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AI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자체 AI가 존재하지만, 빅테크의 AI와 성능 차이는 상당하다”면서 “업무 속도와 생산성 측면에서 이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보안성을 강화한 기업용 AI 서비스가 이들의 정보 유출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대표적 서비스인 오픈AI의 챗GPT 엔터프라이즈(ChatGPT Enterprise)는 기업 내부 사용자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에서 운영되며, 기업 데이터가 외부 모델 학습에 활용되지 않는 구조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기업이 자체 보안 정책과 업무 프로세스에 맞춰 AI 활용 범위를 설정할 수 있고, 권한 관리나 데이터 접근 기준도 기업 표준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면서 “개별 직원들이 임의로 AI를 사용하는 것보다 회사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쉽다”고 설명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보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기업들이 외부 생성형 AI를 도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생성형 AI 활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고, 기업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게 외부 AI와 자체 AI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AI를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재성 중앙대학교 AI학과 교수는 “외부 AI에 대한 보안 우려는 1~2년 전을 기점으로 많이 해소된 상황으로, 그동안 기업들이 관련 기술을 테스트하는 한편 실제 생산성 향상 효과를 검증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AI를 기반으로 산업 구조와 기업 경영 방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 AI 활용을 미룰 수 없는 환경이 됐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다만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인 ‘미토스 5’의 외국인 접근을 차단하는 수출통제를 내리면서 기술 종속과 안보 리스크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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