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박선영·남윤서 기자] 벤처·스타트업 성장 기반을 넓히고 에너지 전환과 지역·민생 문제에 대응하려는 법안들이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올해 상반기 '좋은 법'에 선정됐습니다. 산업 전환에 필요한 자금·기술·인프라를 연결하고, 지역과 시장, 민생의 빈틈을 함께 메우려는 시도가 두드러졌습니다.
국가 성장 기반과 국민 삶, 좋은 법의 기준으로
1일 K-정책금융연구소가 선정한 상반기 '좋은 법' 18건은 산업 전환기 성장 기반과 민생 안전망 보완이라는 두 축으로 나뉩니다. 연구소는 이 가운데 13건을 정책금융형 법안으로, 5건을 민생·시장 신뢰 보완 법안으로 분류했습니다. 벤처투자와 인공지능(AI) 전환, 기술 보호, 전략수출금융, 전력망, 바이오·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법안은 중소·벤처·스타트업(중벤스)의 성장 경로를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지역의료와 인구구조 변화, 시장 질서, 문화·대외 협력 관련 법안은 국민 삶의 기반을 보완하고 제도 신뢰를 높이는 법안으로 평가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생산적 금융 전환과 벤처·스타트업 창업 활성화, 국민 삶의 변화를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해 온 점도 이번 분석의 기준이 됐습니다. 단순히 예산을 투입하거나 지원 대상을 늘리는 법안보다 자금과 기술, 인력, 지역, 재도전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가 좋은 법 판단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상반기 '좋은 법' 가운데 SMR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SMR 특별법), 필수의료 특별법,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및 상법 개정안 등은 여러 의원안이 통합·조정된 위원회 대안으로 통과됐습니다. 연구소는 이들 법안을 개별 의원안의 성과를 넘어, 관련 논의가 축적돼 만들어진 입법 성과로 평가했습니다.
선정 법안들은 연말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좋은 법·좋은 정책 대상' 후보로 이어집니다. 연구소는 향후 지난 4년간 대상 수상자 명단을 각 정당 공천심사위원장에게 참고 자료로 제공해 입법 성과가 정치권의 인재 평가 과정에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벤처투자·AI 전환·기술보호 법안, 중벤스 성장 기반으로 부상
정진욱 민주당 의원의 '벤처투자 촉진법' 개정안은 벤처투자 기반을 넓혀 중소·벤처·스타트업의 성장 여건을 보완하려는 법안입니다. 법안은 투자조합운용전문회사 제도를 도입하고, 창업기획자의 의무 투자 대상을 초기 창업기업에서 업력 5년 이내 창업기업과 후속 투자 대상, 국외 창업기업 등으로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벤처투자모태조합의 공시 의무를 명확히 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의 벤처펀드 출자 대상을 확대해 지역 기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수도권과 일부 성장기업에 집중된 벤처투자 흐름을 넓히고, 지역 투자 기반을 키우려는 법안입니다.
김종민 무소속 의원의 법안은 중소기업의 인공지능 전환과 기술 보호라는 두 과제를 다룹니다. '중소기업 인공지능 전환 지원법'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데이터 확보와 활용 기반, 전문 인력, 투자 여력 부족으로 인공지능 전환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법' 개정안은 중소기업기술보호법과 상생협력법으로 나뉜 기술 보호 체계를 정비하고, 비밀유지 계약과 징벌적 손해배상, 금지 청구, 기술 반환·폐기 의무 등을 명확히 하려는 내용입니다. 두 법안 모두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기술 보호 기반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중벤스 성장 기반을 뒷받침합니다.
수출금융·규제특례·전력망, 성장 기반 제도 보완
정책금융기관 관련 법안으로는 안도걸 민주당 의원의 '전략수출금융지원법'과 한정애 민주당 의원의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주목됩니다. 전략수출금융지원법안은 방산·원전·플랜트 등 대규모 수출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전략수출금융기금을 설치하고, 수출산업 생태계 조성과 전략수출상생기여금 제도를 마련하는 내용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은 이 기금의 관리·운용 업무를 한국수출입은행의 업무 범위에 추가해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제도화하는 법안입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의 '신산업·신기술 규제특례법'은 규제특례 제도를 통합 관리해 신산업 진입 기반을 넓히려는 법안입니다. 현재 규제샌드박스가 부처별·분야별로 나뉘어 심사 기준과 절차가 다르고, 부처 간 이견이나 이해갈등 조정 장치가 약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법안은 규제특례통합지원센터와 이해 갈등 조정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벤처기업에 자금 못지않게 중요한 인허가와 규제 불확실성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산업 전환기에 필요한 인프라 정비를 위한 법안들도 선정됐습니다. 박정 민주당 의원의 '전기사업법'과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은 AI와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전력 수요 확대에 대응해 전력망 확충 재원을 마련하려는 법안입니다.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전기요금 선납 제도를 도입해 전기 사용자에게 할인 유인을 주고, 한전법 개정안은 이를 통해 조성된 선수금이 전력망 확충 등 전력 인프라 사업에 우선 사용되도록 용처를 명확히 하는 내용입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재생에너지 공동 접속설비 건설사업을 전기사업 범위에 포함해 해상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의 계통 접속 문제를 풀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력망 확충과 재생에너지 접속 문제는 중벤스 직접 지원책은 아니지만, AI·바이오·데이터센터 등 신산업 성장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에서 성장 기반 법안으로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바이오와 SMR 관련 법안이 선정됐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의 '인천바이오과학기술원법안'은 바이오 분야의 고급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기술이전·사업화·창업 지원을 제도화하려는 법안입니다. 세계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을 갖춘 인천에 특성화 교육·연구기관을 설립해 산업계와의 협동 연구, 교육·연구 교류, 창업 지원을 함께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제안한 'SMR 특별법'은 황정아 민주당 의원안 등이 반영된 위원회 대안입니다. 이 법안은 SMR 개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원자력진흥위원회 산하에 SMR 시스템 개발 촉진위원회를 두도록 했습니다. 민간기업 실증 지원, 공동출자 회사와 연구조합 설립, 연구개발 특구 지정, 전문 인력 양성, 국제 협력 등을 통해 에너지 안보와 차세대 원전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시장 신뢰 강화 및 소비자 권익 보호 법안도 주목
시장 질서 분야에서는 오기형 민주당 의원의 '집단소송법'과 이정문 민주당 의원안 등이 반영된 법제사법위원장 대안 '상법' 개정안이 좋은 법으로 선정됐습니다. 집단소송법안은 증권 분야를 넘어 일반적 불법행위에도 집단소송 제도를 도입해 소액·다수 피해자의 집단적 구제 수단을 마련하려는 법안입니다.
상법 개정안은 이정문 민주당 의원안 등이 반영된 법제사법위원장 대안입니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경우 원칙적으로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하고, 자기주식에 의결권이나 배당받을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내용입니다. 이 의원안은 자기주식이 지배권 방어나 대주주 이익을 위해 활용되는 문제를 차단하고 일반주주 보호를 강화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두 법안은 피해 구제와 주주 권익 보호를 통해 시장 신뢰를 보완하려는 법안으로 평가됩니다.
지역의료·인구구조·문화 인프라, 민생 안전망 보완
이수진 민주당 의원안 등이 반영된 보건복지위원장 대안 '필수의료 특별법'은 지역 완결형 필수의료 체계를 구축하려는 법안입니다.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공급 체계 강화 문제의식이 대안의 핵심축으로 반영됐습니다. 법안은 5년 단위 종합계획 수립, 필수의료 진료 협력 체계 구축, 필수의료 인력 양성, 지역 필수의료 특별회계 설치 등을 통해 국민이 사는 곳에 관계없이 필수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니다. 의료 접근성의 지역 격차를 줄이려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민생 안전망 보완의 의미가 있습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의 '도심융합특구 조성법' 개정안은 도심융합특구의 기업·기관 유치와 인재 양성 기능을 강화하려는 법안입니다. 국가도심융합전략특구 지정을 통해 특구 입주 기업·기관을 지원하고, 자율혁신형 대학과 공동 단과대학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신설하는 내용입니다.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의 인구 유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에 대응해, 기업·대학·연구 기능을 도심 안에서 연결하려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지역소멸 대응 흐름과도 이어집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안 등이 반영된 보건복지위원장 대안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은 현행 법을 '인구전략기본법'으로 전면 개편하는 법안입니다. 백 의원안은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넘어 가구 형태 다양화와 인구구조 변화 전반을 정책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어, 이번 대안의 핵심 방향과 맞닿아 있습니다. 대안은 인구전략위원회에 예산 사전 협의와 정책 평가 기능을 부여해 인구정책의 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의 '한국형 복합문화공간 조성·지원 특별법'은 케이팝(K-POP) 등 한류 공연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대형 공연 인프라 부족 문제를 다룹니다. 공연장과 문화·관광산업이 결합된 한국형 복합문화공간을 체계적으로 조성·지원해 한류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하려는 내용입니다. 문화산업 인프라를 단순 시설 확충이 아니라 관광·지역경제·연관 산업 성장 기반으로 본다는 점에서 좋은 법으로 선정됐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의 '국제개발협력기본법' 개정안은 대외 협력 사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 공적 재원 운용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법안입니다. 차년도 예산 편성 때 종합시행계획을 '존중'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반영'하도록 바꾸고,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사업 평가를 지원할 전문 평가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중벤스 성장, 개별 법안 넘어 생태계 설계가 관건
다만 이번 선정 법안을 종합하면 과제도 남습니다. 벤처투자, AI 전환, 기술 보호, 규제특례, 전략수출금융, 전력망 확충 등 각각의 법안은 의미가 있지만, 정책금융과 에너지 전환, 지역산업, 시장 질서 등을 중벤스 성장 생태계로 연결하는 큰 설계는 아직 부족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생산적 금융 전환과 벤처·스타트업 창업 활성화를 강조해온 만큼, 향후 입법은 자금·기술·인프라·지역이 따로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중벤스가 잘되는 구조를 함께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연구소 관계자는 "좋은 법의 기준은 개별 지원책의 숫자가 아니라 자금이 기술로, 기술이 창업으로, 창업이 지역 일자리와 산업 생태계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생산적 금융 대전환도 정책금융기관의 공급 규모 확대만으로는 완성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벤처투자와 기술 보호, 인공지능 전환, 규제특례, 재도전, 지역 정착이 서로 맞물릴 때 중벤스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이번 선정은 좋은 법의 의미를 평가하는 동시에 중벤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필요한 향후 과제를 확인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6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36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우·박선영·남윤서 기자 j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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