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미 '고용 부진'에도…1400원대 환율까진 '첩첩산중'
미 고용 쇼크·엔화 강세에…원·달러 환율, 30원대 급락
환율 추세적 하락 불투명…당분간 1500원대 흐름 지속
2026-07-03 16:07:34 2026-07-03 16:25:22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연일 우상향을 그리며 고공 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의 6월 고용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안에 금리를 여러 번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완화, 달러화 강세가 다소 진정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최근 원화 약세 가속화에 영향을 주던 엔화 가치도 반등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주춤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환율의 하락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판단으로, 당분간 1500원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봅니다.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 엔화의 방향성 등이 여전히 원화 약세 요인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3원 내린 1544.5원에 출발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저조한 미 고용 성적표에 달러 꺾였다…환율, 2주 만에 1520원대 마감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30.2원이나 떨어진 1525.6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3원이나 내린 1544.5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장중 낙폭을 키워 오전 1530원대로 떨어졌고, 장중 한때 1525.1원까지 내렸습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9일 이후 2주 만에 1520원대에 마감한 것으로, 30원대 급락은 지난 4월 초 33원 급락한 이래 최대 낙폭입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전 거래일보다 0.9원 오른 1555.8원에 주간 거래를 마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5일(1568.0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최근 환율은 지난달 8일(1555.2원) 이후 16거래일 만에 장중 1550원 선을 넘기더니 이달 1일(1554.9원)에는 주간 거래 종가마저 1550원 선을 돌파했습니다.
 
이날 환율 상승세가 꺾인 것은 시장 예상을 하회한 미국의 고용지표 때문입니다. 실제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미국이 비농업 신규 고용은 전월보다 5만7000명에 그쳤습니다. 시장 예상치인 11만4000명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입니다. 6월 한 달간 경제활동인구도 72만명 급감했고, 실업자와 구직을 포기한 이들을 포함하는 비경제활동인구 역시 83만2000명 늘었습니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부진하면서 시장에서는 빠르게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도 후퇴했습니다. 이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101 수준에서 100 후반까지 내려오는 등 달러 약세가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최근 원화와 동조화 경향이 강했던 엔화 역시 당국의 개입 추정 물량으로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며 환율을 끌어내렸습니다. 최근 엔화는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달러당 163엔선을 위협하자 일본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간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 ·달러 환율은 160.620엔까지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환율 하락 '제한적'…'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외국인 자금 이탈' 여전  
 
달러 약세 속 엔화 강세가 나타나자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은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6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대폭 하회하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베팅이 후퇴했다"면서 "이에 달러지수가 하락했고 최근 원화와 동조화 경향이 강했던 엔화가 어제 오후 늦게, 밤사이 당국 개입에 대폭 상승하면서 1550원대에서 하단이 막혀 있던 원화 환율도 하락 압력이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입장입니다. 여전히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이어지는 데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가 계속될 가능성 등은 환율 낙폭을 제한하는 변수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시장에서는 당분간 1500원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봅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예상보다 큰 상황"이라며 "한은의 연내 두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환율이 크게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 엔화 약세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인 상황이라 환율이 빠르게 안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최근 고공 행진하는 환율 흐름과 관련해서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최근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현상에 대해 "과거 '작은 경제'의 문법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수록 국내 자본시장으로 관심이 집중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환헤지(환율변동 위험 제거)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자산 비중 재조정),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확대가 동시에 나타난다"며 "이제 환율은 무역뿐 아니라 거대한 자본 흐름이 결정하는 가격이 된 만큼 외환 안전판과 환율 관리 체계를 새로운 스케일에 맞게 점검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555.8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5일 이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주간 거래를 마친 지난 2일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 모습.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