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전세사기 여파로 한동안 외면받던 서울 빌라(연립·다세대주택)가 경매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파트값이 뛰고 전월세 매물마저 자취를 감추자 밀려난 주거 수요가 빌라로 옮겨 가면서, 감정가보다 1억원 이상 비싸게 낙찰되는 사례까지 등장했습니다.
13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진행된 강동구 길동의 전용면적 24.4㎡ 다세대주택 경매에는 6명이 응찰해 감정가(2억6600만원)보다 약 1억원 높은 3억6201만원에 낙찰이 이뤄졌습니다. 낙찰가율이 136%까지 치솟은 것입니다. 이 주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준 뒤 채권 회수를 위해 지난해 강제경매를 신청한 물건입니다.
HUG는 2024년 3월부터 보증사고 주택을 경매에 부쳐 직접 낙찰받은 뒤 공공임대로 내놓는 '든든전세' 사업을 운영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HUG의 이른바 '셀프 낙찰'보다 일반 응찰자, 즉 제3자가 더 높은 가격을 써내 물건을 가져가는 경우가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셀프 낙찰이 3510건, 제3자 낙찰이 4228건으로 엇비슷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제3자 낙찰이 4347건에 달한 반면 HUG 직접 낙찰은 1325건에 그쳤습니다. 상반기 전체 낙찰 5672건 가운데 76.6%를 일반 응찰자가 차지했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일반인이 몰리는 배경에는 HUG 물건 특유의 구조가 있습니다. 통상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집은 낙찰자가 보증금을 전액 떠안아야 해 응찰을 꺼리지만, HUG 물건은 HUG가 우선변제권만 행사하고 대항력을 포기해 낙찰대금 외에 보증금을 물어줄 부담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입지가 양호한 물건에 응찰자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낙찰가율도 뛰고 있습니다. 서울 빌라 기준으로 올해 1~3월까지는 HUG의 평균 낙찰가율이 제3자보다 높았지만 4월부터 역전됐습니다. 4월 제3자 평균 낙찰가율은 74.98%로 HUG(67.28%)를 7.7%포인트 웃돌았고, 지난달에도 제3자가 73.20%로 HUG(69.59%)보다 3.61%포인트 높았습니다.
빌라 매매·전월세 시장의 회복이 경매 열기의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은 올해 1~5월 3.37% 올라 전년 같은 기간(0.59%)의 약 5.7배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셋값도 1.94% 올라 전년 동기(0.35%)의 5.5배 수준이었고, 특히 5월 한 달 상승률은 0.59%로 2012년 10월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1~5월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량도 국토교통부 집계에서 70만175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늘어난 반면,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52만8858건으로 7.2% 줄었습니다.
임대수익을 노린 투자 수요도 가세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동작구 상도동의 한 빌라는 최저가가 감정가(4억2800만원)의 80%까지 낮아진 2회차 경매에서 9명이 경합한 끝에 감정가에 육박하는 4억2150만원(낙찰가율 98.48%)에 낙찰됐습니다. 기존 임차인 보증금이 4억140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낙찰 후 이보다 높은 전세를 놓을 경우 투입 자금을 곧바로 회수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빌라 경매 강세가 재개발 구역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신축 빌라까지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가격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빌라로 눈을 돌린 결과"라고 진단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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