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나믹스를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며 미국 나스닥 상장을 향한 신호탄을 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재 1200억원가량을 추가로 투입해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율을 25%대로 끌어올릴 예정입니다. 이번 지분 정리는 단순한 지배력 강화를 넘어 향후 추진될 미국 증시 상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주주 간 이해관계와 잠재적 소송 리스크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개 스팟이 셀라필드 현장을 순찰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한 보스턴다이나믹스 잔여 지분 9.65%를 3억2500만달러, 한화로 약 4867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거래는 2020년 소프트뱅크와 체결한 본계약에 따른 것으로, 계약 당시 일정 기간 안에 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프트뱅크가 잔여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데 따른 것입니다.
현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지분 구조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출자한 투자법인 HMG글로벌이 56.4%, 정의선 회장이 22.6%, 현대글로비스가 11.25%, 소프트뱅크가 9.65%를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HMG글로벌은 지난 2021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을 현물출자하고, 기아가 현금출자 방식으로 참여해 설립된 그룹 내 로보틱스 투자 전담 법인입니다. 이 가운데 소프트뱅크 지분을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나눠 인수하게 되면 지분 구조는 HMG글로벌 62.5%, 정 회장 25.0%, 현대글로비스 12.5%로 재편됩니다.
정 회장은 이번 소프트뱅크 지분 인수 과정에서 사재 약 12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지분율을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정 회장은 앞서 2020년 본계약 체결 당시에도 사재 2600억원을 들여 지분 20%를 직접 매입한 바 있으며, 이후 수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에도 꾸준히 참여하며 지분율을 늘려왔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정리 작업이 나스닥 상장 심사를 앞두고 이뤄지는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통상 자회사의 미국 상장을 추진할 때 2대 주주나 소액 주주와의 구주 매출 비율 조율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면 심사 자체가 무기한 연기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외부 투자자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구조에서는 상장 이후 매각 시점과 물량을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이 불거지기 쉽고, 이는 소송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현대차그룹 부스에 로봇 아틀라스가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
지난 2021년 인수 당시 1조2400억원 수준이던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몸값은 최근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열풍에 힘입어 현재 시장에서 30조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5년 만에 기업가치가 20배 넘게 뛴 셈입니다. 자본시장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이번에 지분을 정리한 배경에도 이 같은 몸값 상승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나스닥 기업공개에 성공할 경우 발생할 공모 자금과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은 고스란히 현대차그룹의 몫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특히 정의선 회장 개인 지분율이 25%에 달하는 만큼, 상장 이후 확보되는 자금이 지배구조 정리나 관련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축으로 로봇과 피지컬 AI 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입니다. 완전자회사 전환으로 이사회 등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해지면 신사업 추진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장기적인 로보틱스 전략의 일환으로 보스턴다이나믹스에 대한 투자 협력 확대 방안을 검토해 왔다”며 “앞으로도 현대차그룹과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로보틱스 사업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는 한편 시너지 창출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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