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의 K-국방)사관학교 통합, 개혁 출발점으로 삼자
신입생도 수학능력 하락에 교수진 수준도 기대 미흡
규모의 경제 살려 교육과 연구 질 높여야
폐쇄 문화 지양하고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장교 기를 때
대전의 과학기술 밀집 기반도 적극 활용할 만하다
2026-07-22 06:00:00 2026-07-22 06:00:00
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자운대 입구 안내판 모습. (사진=뉴시스)
 
국방부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해 대전 자운대에 국군사관학교를 설립하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육·해·공사 총동창회를 비롯한 예비역 단체들은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각 군 사관학교의 역사와 전통, 군별 전문성이 훼손된다며 현행 체제를 유지한 채 시설 투자와 조직 개편을 통해 문제를 개선하자고 주장합니다.
 
이분들의 모교 사랑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필자는 사관학교를 통합할 때, 누적된 문제점을 해소하고 개혁을 하기 쉬우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면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기 쉽습니다.
 
사관학교는 군사훈련을 주로 하는 훈련기관으로 흔히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일반 대학과 마찬가지로 4년제 정규 학부 체제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생도들은 문학·역사·철학부터 물리학·기계공학·전자공학 등의 일반 교과와 전쟁사, 군사전략 등 군사학 교과를 함께 공부합니다. 일부 기간에 하계 훈련, 행군, 순항 훈련 같은 군사훈련을 덧붙이죠. 졸업할 때 문학사와 이학사, 공학사 등과 군사학사 학위 2개를 받습니다. 깊이 있는 군별 특기 교육은 임관 뒤에 별도 전문 과정에서 받죠.
 
한국 사회에서 사관학교는 두뇌가 우수한 학생들이 국비 장학생 혜택 등을 바라보고 지망하는 곳으로 과거에 인식되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육사 지망생 수준이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와 맞먹는다고 여겼죠. 요즘은 그 수준이 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군인 직업의 안정성과 전망에 대해 젊은이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일 겁니다. 자유로움과 개방성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요즘 군대 문화를 썩 좋아하지도 않을 겁니다. 봉급 등 단순한 처우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데요. 봉급이 장교와 비슷하거나 되레 적은 공무원이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는 것과 비교해도 알 수 있죠.
 
사관학교에서 일반 학문을 많이 가르친다면, 우수한 민간 교수를 많이 두면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 학문 교수도 군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석사 학위자도 학교에 따라 25~28%에 이릅니다. 민간인은 군무원이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신분에 묶이기 때문에 사관학교 교수 자리를 기피하기도 합니다. 군인 교수도 연구와 강의를 열심히 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사관학교 교수가 일반 학문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사관학교에는 석박사 과정도 없어 연구 풍토가 약합니다.
 
지금 사관학교는 1개 학년 170명인 소수 정원을 두고 교수와 지원 인력 700여명을 투입하는 특이한 형태입니다.(해사 기준. 육사는 생도 330명에 지원 인력 860여명) 일반 대학과 비교해 인력 투입 효율성이 매우 낮죠.
 
사관학교는 교육과 연구 수준 하락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개혁을 미루기 어렵죠. 개혁 방법으로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에 유리합니다. 세 학교가 따로 구하기 어려운 최고 수준의 교수 한 명을 통합학교가 채용할 수 있고, 비싼 실험장비도 운용할 수 있죠. 민간인 교수 비율도 높이기 쉬워집니다. 세계적인 학자 아래서 첨단 연구에 참여하며, 군을 떠난 뒤에도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교육을 제공받을 때, 젊은이들이 사관학교에 큰 매력을 느낄 겁니다.
 
국군사관학교 예상 조감도. (사진=국방부 제공)
 
둘째, 국민에게 다가가는 사관학교를 만드는 데도 유리합니다.
 
군인은 국민에게서 국토방위 임무와 무력을 위임받은 공직자입니다. 군사적 전문성과 강한 단결심이 필요하지만, 사회로부터 고립된 별도의 집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군 조직은 격오지 근무와 엄격한 상명하복 체계 때문에 자칫 시민사회의 상식과 정서에서 멀어지기 쉽습니다.
 
계엄·내란 사태를 겪으면서 특정 사관학교와 기수, 보직을 중심으로 형성된 폐쇄적 인맥과 결속이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폐쇄적인 동문 문화와 정치적 편향이 국민의 군대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사관학교 통합은 군대가 국민 속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도록 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통합을 계기로 생도들이 일반 대학생, 과학자, 기업인, 공무원, 언론인,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토론하고 협력하는 기회를 늘릴 수 있죠. 군사전문가 정체성을 강화하되 민주시민으로서 헌법적 가치와 다양성을 함께 이해하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과 격리된 군인이 아니라 국민과 같은 공기를 마시며 국민을 지키는 군인을 길러야 합니다.
 
셋째, 국군이 과학군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도 대전은 검토할 만한 입지입니다.
 
미래전에서는 병력과 화력 숫자보다는 인공지능, 유·무인 복합체계, 위성, 드론, 장거리 정밀타격, 사이버전과 전자전 능력 등이 중요합니다. 대전 자운대 주변에는 국방과학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연구·교육기관과 박사급 과학 전문 인력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통합 사관학교가 이들과 협업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생도들이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진이나 카이스트 학생들과 교류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공사는 청주에 있지만 서울 태릉의 육사보다 우수한 지원자를 요즘 확보하고 있습니다. 카이스트와 포항공대는 서울에 있지 않아도 강한 교육 경쟁력을 바탕으로 인재를 끌어모읍니다. 우수한 신입생을 모으는 데는 학교의 주소지보다는 교육의 질과 졸업 뒤 전망이 중요하죠.
 
사관학교 통합이 완벽한 정답은 아닙니다. 그러나 현 체제를 그대로 두고 예산과 시설만 더 투자하자고 하면 개혁보다는 현상 유지로 흐르기 쉽죠. 큰 틀을 바꾸면서 실행안을 잘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필자 소개/박창식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광운대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를 했다. 한겨레신문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내고 국방부 국방홍보원장으로 일했다. 뉴스토마토 K국방연구소장과 객원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국방 생태계에서 소통을 증진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방 커뮤니케이션> <언론의 언어 왜곡>과 같은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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