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국내 증시가 사상 최악의 월간 폭락을 기록하며 패닉 장세가 이어졌습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33% 넘게 급락하며 1990년 이후 월간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장중에는 역대 최초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20분간 매매 중단)가 발동됐습니다. 시장을 떠받치던 반도체 대형주마저 실적 발표 이후 급락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업황 둔화와 수요 부진을 이유로 추가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코스피 월간 33% 하락…역대 최대 낙폭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60.42포인트(5.98%) 내린 5663.24에 마감한 가운데 월평균으로는 이날까지 전월 대비 33.2% 하락했습니다. 이는 1990년 이후 역대 1위에 해당합니다. 기록은 종가 기준 역대 최대 하락률인 1997년 10월 -27%를 넘긴 수치입니다. 당시는 IMF 외환 위기 국면이었으나, 이보다 더 큰 하락폭을 기록한 것입니다. 역대 두번째 하락률을 보인 건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10월입니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에는 최대 -38%까지 하락한 후 종가는 -23%로 마감했습니다. 3위 역시 올해 3월입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90년 3저 호황 버블 붕괴, 97~98년 외환위기, 00년 닷컴 버블 붕괴 등의 사례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한 것"이라며 "나머지 2~10위에 해당하는 사례들이 대부분 대형 위기인 데 반해, 현재까지 확인된 지표만으로는 과거 금융위기나 외환위기와 같은 시스템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판단할 만한 신호는 뚜렷하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날 정규장이 개장하기 전
SK하이닉스(000660)는 2분기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을 발표했습니다. 시장 기대치(약 64조원)를 밑도는 실적에도 장 초반에는 최근 주가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시장이 기대했던 주주환원 방안이 제시되지 않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이후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주가는 급락세로 돌아서 장중 19%까지 급락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9.6% 폭락한 140만1000원에,
삼성전자(005930)는 5.2% 떨어진 20만8500원에 정규장을 마감했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는 불과 2거래일 사이 무려 22.85%, 17.91%씩 빠지게 됐습니다.
반도체 대형주가 연이어 폭락하며 코스피는 역대 최초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12시32분 32초쯤을 기점으로 20분간 유가증권시장의 매매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한다고 밝혔습니다. 코스피지수가 전날 종가 대비 8% 넘게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된 데 따릅니다. 발동 시점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91.33포인트(8.15%) 급락한 5532.33이었습니다.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올 들어 9번째, 역대 15번째입니다.
앞서 코스닥시장에서도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 12시19분 12초쯤 또 한 번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코스닥지수가 전날 종가 대비 8% 넘게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서입니다. 발동 시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6.85포인트(8.05%) 내린 649.0이었습니다. 코스닥 시장 서킷브레이커는 올해 4번째, 역대 14번째 발동됐습니다.
이틀간 코스피와 코스닥 하락률은 각각 16.2%, 13.4%에 달합니다. 특히 코스피는 이틀간 1092.51포인트가 빠졌습니다. 코스피는 지난달 19일 기록한 전고점(9385.59) 대비로는 약 40% 내렸습니다. 코스닥지수의 경우 지난 4월27일 기록한 올해 장중 고점(1229.42) 대비 46% 급락했습니다.
"낙폭 과대" vs "업황 둔화"…증권가 전망 엇갈려
증권가에서는 단기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업황 둔화 우려가 이어지는 만큼 추가 조정 가능성도 함께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날 BN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48만원까지 낮춰 잡았습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모멘텀 둔화를 반영하며 주가가 과거 밸류에이션 기준 하단까지 떨어져 저평가 구간에 진입, 단기 과매도 국면에 있다"면서도 "기업들의 경쟁적 신증설 태도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 수요 둔화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주가 반등폭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도 목표주가를 280만원으로 내렸습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익체력과 재무안정성을 고려하면 최근의 주가 하락은 과도한 면이 크다"면서도 "중국의 노광기 국산화 이슈에 따른 업계 전반의 주가 하락으로 동사에 대한 목표가 조정 또한 불가피하다 판단해 하향된 배수 평균(기존 6.5배→4.6배)를 적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확정실적 발표 이후 향후 전망치가 일부 하향 조정된다해도 3분기와 4분기 실적 레벨 성장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 레벨이 과도하게 낮다는 점이 확인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주가 반등이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주가가 반등하더라도 전고점 회복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앞서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등과 전고점 회복은 구분해야 한다"며 "당사 집계 기준, 1980년 이후 코스피의 고점 대비 최대 낙폭(MDD)이 30%를 넘어선 국면은 일곱 차례다. 저점에서 이전 고점을 회복하기까지 평균 1148일, 약 3.1년이 걸렸다"고 분석했습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보다 360.42포인트(5.98%) 하락한 5663.24에 마감한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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