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SK(034730)그룹과
두산(000150)의 7개월에 걸친 SK실트론 거래가 양사 모두 기존 전략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SK는 투자 재원을 확보해 인공지능(AI) 풀스택 전략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고, 두산은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 완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다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분이 거래에서 제외되면서, 잔여 지분 매각 여부가 향후 변수로 남았습니다.
SK실트론 구미1공장. (사진=SK실트론)
SK와 두산이 SK실트론 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상호 간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합의한 점이 주목됐습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자사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1%를 2조300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지난달 31일 승인했고, 두산도 이를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계약에는 오는 2027년부터 2034년까지 SK실트론의 경영 실적과 품질인증 등에 따라 양사가 수익을 나누는 성과 연동 조건도 포함됐습니다. SK실트론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기준 금액을 초과하면 SK가 초과분의 40%에 지분율(70.61%)을 반영한 금액을 추가로 지급받는 구조입니다.
이는 반도체 초호황 국면으로 SK실트론의 기업가치도 계속 오르면서 양측이 막판까지 고심을 이어간 결과로 풀이됩니다. 인공지능(AI) 서버용 칩 수요가 커지면서 핵심 소재인 반도체용 실리콘(Si) 웨이퍼 제조 기술의 중요성도 높아졌고, 12인치 웨이퍼 기준 세계 3위 점유율을 보유한 SK실트론의 가치도 더욱 커졌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SK실트론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상당수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양사는 결과적으로 이익을 나누되, 각 사의 전략적 목표를 이행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SK의 경우 지난 2024년부터 추진했던 사업 재편에 집중하는 한편 AI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됐습니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전사적으로 'AI 풀스택'에 집중하는 가운데, 매각 대금을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AI 핵심 사업에 투자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두산 역시 이번 거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두산은 전자소재 계열에서 전자BG가 AI 가속기용 동박적층판(CCL)을 공급하며 실적을 늘리고 있고, 국내 반도체 테스트 시장 1위 기업인
두산테스나(131970)가 후공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SK실트론을 인수해 웨이퍼를 담당하는 전공정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 소재부터 전·후공정을 아우르는 반도체 밸류체인을 확보하는 셈이 됩니다.
두산. (사진=두산)
이번 거래에서 제외된 최태원 SK그룹 회장 몫(29.39%)의 주식 매각 여부도 주목됩니다. 이번 거래 규모인 지분 70.61%와 매각 금액 2조3000억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잔여 지분 가치는 약 9537억원입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원의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경영권과 연관성이 낮은 비상장사 지분을 매각해 재산분할 재원을 마련할지 관심이 쏠린 것입니다.
두산은 잔여 지분 매각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입니다. 두산이 7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만큼 경영권 행사는 가능하지만, 29%가량의 개인 주주가 남아 있을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나 조직개편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산 역시 “본 건 거래와는 별개로 발행회사의 잔여 지분 양수를 목적으로 거래 상대방과 별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재계의 시선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최 회장 측이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할 경우, 최종 판결에 따라 잔여 지분 매각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호황으로 2조원이라는 숫자는 SK에 더 이상 큰돈이 아니다”며 “당장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여지를 남긴 건 대법원 최종 판단까지 염두에 둔 포석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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