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 샌디스크와 함께 차세대 스토리지 기술인 고대역폭플래시(High Bandwidth Flash·HBF)의 첫 표준을 공개했습니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HBF 생태계를 조성해 메모리 병목을 해소하고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고대역폭플래시(HBF).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4~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메모리 콘퍼런스 ‘FMS(Future of Memory and Storage) 2026’에 참석해 HBF를 소개했습니다. HBF는 고대역폭메모리(HBM)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이에 놓이는 새로운 메모리 계층입니다.
HBF는 AI 추론 확산으로 처리해야 할 데이터량이 폭증하는 추세에서 특히 주목받는 차세대 기술입니다. 낸드를 기반으로 용량을 크게 늘리면서도 HBM처럼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업계에서는 향후 HBF가 상용화되면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대역폭과 용량 확장성을 동시에 높여 메모리 병목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번 규격은 지난해 8월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가 HBF 표준화 협력에 나선 데 이어 지난 2월 컨소시엄을 출범한 지 약 6개월 만에 내놓은 첫 결과물입니다. 용량은 낸드 다이를 8단과 16단으로 쌓는 두 가지 스택 구성을 기준으로 최대 512GB까지 정의했으며, 대역폭은 3개 등급(Grande 1~3)으로 나눠 약 0.4TB/s에서 3.0TB/s까지 구현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HBF와 프로세서를 연결하는 방식으로는 업계 표준인 UCIe(Universal Chiplet Interconnect Express)를 채택했습니다. UCIe는 서로 다른 반도체 칩렛을 고속으로 연결하기 위한 개방형 표준 인터페이스 규격입니다. 업계 표준을 적용함으로써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서로 다른 프로세서에서 HBF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대 개방형 데이터센터 기술 협력체인 OCP(Open Compute Project)를 통해 HBF 규격을 공개했습니다. OCP는 메타와 엔비디아,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서버·데이터센터 관련 기술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글로벌 비영리 협력체입니다. HBF를 특정 기업의 기술이 아니라 업계 전체가 활용하는 개방형 표준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나아가 SK하이닉스는 ‘HBF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낼 방침입니다. 현재 HBF 컨소시엄에는 구글과 텐스토렌트 등이 참여하면서, 개방형 협력을 바탕으로 기술 완성도와 시장 수용도를 함께 높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행사에서 현재 개발 중인 10세대(V10) 375단 4D 낸드의 웨이퍼와 제품도 공개합니다. 375단 4D 낸드는 이전 세대보다 전력 대비 성능을 2.5배 높인 것이 특징으로, 전력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요구하는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환경에 최적화됐습니다. 회사는 내년 초부터 375단 4D 낸드를 기반으로 한 고성능·고용량 eSSD(기업용 SSD) 양산에 착수해 AI 시장에서 낸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구상입니다.
아울러 PC와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로 HBF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입니다. 김천성 SK하이닉스 부문장(솔루션 개발)은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데이터 처리 구조 전반의 재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HBF를 통해 메모리와 스토리지 간 경계를 확장하고, 시스템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아키텍처 구현에 기여하겠다”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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