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용돈 어떻게 주나"…법무부 '난민생계비' 카드지급에 반발 확산
난민인권네트워크 "난민 신청자 생활고, 주거불안 심화시킬 것"
이집트 국적 난민 "카드 포인트로 주면 정작 필요한 데선 못 써"
2026-08-12 11:25:43 2026-08-12 11:29:23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난민 생계비를 현금이 아닌 카드 포인트로 지급하는 법무부 방침에 대한 난민·시민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12일 "난민 신청자의 생활고와 주거 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해당 정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한국이주인권센터와 난민인권센터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계비는 사람이 실제로 살아가는 방식에 맞춰 지급돼야 한다"며 "사람이 생계비에 맞춰 살아가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앞서 지난 6월 법무부는 올해 9월부터 난민 신청자 생계비를 카드 포인트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난민 신청자의 경우 은행 계좌와 카드 발급이 쉽지 않은 데다, 목적 외 사용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카드 포인트로 생계비를 지급할 경우 현금 인출·송금은 물론 온라인 사용도 금지돼 난민 신청자의 기본적 생활 양식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법무부는 지난달 13일 난민인권네트워크와 간담회를 열고 정책 설명에 나섰지만 오히려 단체의 반발만 키웠습니다. 해당 간담회 자리에서 법무부 관계자가 '1인 가구인 난민 신청자는 주로 고시원에 거주하므로 카드로 월세를 결제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법무부는 최근 이런 비판을 인식, 생계비 중 50%를 현금 인출 가능하도록 조정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난민·시민단체는 100%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가뜩이나 적은 생계비의 쓰임을 정부가 나서 제약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난민 생계비는 가구 규모별로 지급되는데, 1인 가구 기준 난민 신청자의 생계비는 월 58만3400원에 불과합니다.
 
난민인권네트워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는 난민 신청자 생계비 카드 포인트 지급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집트 국적의 이주민 A씨도 "난민 신청자 생계비 지원을 직접 신청해 받은 경험이 있다"며 "생계비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기 위한 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월세를 매달 계좌로 이체하고, 아직 미성년자인 동생에겐 현금으로 용돈을 주고 있다"면서 "카드 포인트로 생계비를 지급하면 정작 돈이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A씨 가족은 현재 난민 신청 후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에 법무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난민 신청자의 계좌 개설 등 금융기관 문턱을 낮추는 일이라는 제언도 나옵니다.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활동가는 "법무부는 그동안 미뤄온 계좌 개설에 적극 협조해 생계비 지원제도를 취지에 맞게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김주광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법무부는 카드 포인트 지급의 근거로 '목적 외 사용 우려'를 제시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나 실증적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며 "객관적 근거 없는 의심을 전제로 취약계층 전체의 소비를 통제·감시하는 건 난민 신청자에 대한 편견과 불신을 제도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