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물가에 환율까지…기준금리 '고차방정식'
가계신용 2000조 돌파…반도체발 성장세도 지속
환율 1300원대·생산자물가 하락에 동결론 부상
2026-08-23 17:27:06 2026-08-23 17:35:22
[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반도체발 견조한 성장세와 가계부채 증가 등을 근거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오면서 동결 가능성도 커지는 모습입니다. 환율 하락은 대표적인 금리 결정 요인인 물가와 금융 안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국은행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가계빚 늘고 성장세 견조…인상 압력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결정의 주요 요인으로 물가와 금융 안정을 제시해 왔습니다. 한은이 지난 19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액 등을 더한 가계부채를 뜻하는데요. 가계신용 잔액이 2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입니다.
 
1분기 말 1993조9000억원보다 25조9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지난 2021년 3분기 34조8000억원 증가한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가계부채 증가는 금융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같은 날 '2026년 8월 KDI 경제전망 수정'을 발표하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5월 2.5%에서 3.2%로 높였습니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 겸 경제전망실장은 “(성장률 전망치 상승 폭 가운데) 0.6%포인트 정도는 반도체와 그 파급에 의한 상승이라고 보면 된다. 나머지 0.1%포인트가 그 이외 부분"이라며 "(반도체 부문이) 지난해 GDP 대비 올해 늘어난 성장분의 절반 이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재확산하면서 국제유가가 반등한 점도 물가 불안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21일(현지시간) ICE 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0.65% 오른 배럴당 94.39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뉴욕상업거래소의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0.26% 오른 배럴당 87.06달러에 마감했습니다. 두 유종 모두 지난달 2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주요 지수가 표시 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환율·생산자물가 하락…동결 변수
 
다만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오면서 금리 동결 요인도 커지는 모습입니다.
 
지난 21일 원·달러 환율은 기존 주간 거래 종가 기준인 오후 3시30분 기준 달러당 1386.5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6.1원 하락했습니다. 오후 3시30분 기준으로는 지난해 9월17일 1380.1원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데요. 환율이 내려가면 수입 물가를 낮춰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동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도 11개월 만에 하락했습니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동결 가능성에 힘을 싣는 모습입니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9.39로 전월 129.92보다 0.4% 하락했습니다. 다만 1년 전보다는 7.7% 높은 수준입니다.
 
한은은 이 같은 생산자물가 하락이 국제유가가 떨어지진 영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지난달 기준 석탄 및 석유 제품이 5.1%, 화학 제품이 1.3% 내리면서 공산품이 전월보다 0.5% 하락했습니다. 다만 이번 달에는 국제유가가 전월보다 약 11% 올랐으며 도시가스 요금 등도 상승해 물가 상방 압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도 물가와 금융안정 측면의 금리 인상 압력이 다소 완화됐다며 동결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이 내려가면서 물가가 안정되고 있어서 공격적 금리 인상보다는 금융 안정을 더 중요하게 볼 것"이라며 "금리를 하반기에 한 번 정도는 올리겠지만 이번 8월은 건너뛰고 동결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야 할 이유는 있지만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며 "환율이 많이 내려 수입물가가 안정되면 금리를 올려서 불안을 야기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9월 금리 결정 상황을 보기 위해 기다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환율이 내려간 가장 큰 이유로 SK 상장이 크다. 8월 말까지 (그 영향으로 달러가)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환율이 어떻게 될지는 그 이후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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