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약사범에 돈 받고 '편의 제공'…세관 마약수사 팀장, 징역 9년
투자금·빚 갚으려 피의자·가족에 접근…1억4500만원 받아
법원 "지위 악용해 공정성·신뢰 훼손…엄중한 처벌 불가피"
2026-08-27 15:28:45 2026-08-27 15:57:01
[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약 10년간 마약 수사를 전담해 온 서울세관 수사팀장이 자신이 수사하던 피의자와 가족들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고 수사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9년을 받았습니다. A씨는 가상자산 투자금과 개인 채무를 갚기 위해 피의자 측에 먼저 접근, 불구속 수사와 선처 등을 대가로 돈을 챙긴 걸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7월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관세청이 올해 상반기 적발한 마약 밀수 사례와 압수품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세관 수사팀장 A씨에게 징역 9년에 벌금 4억원을 선고했습니다. 1억 4500만원의 추징금도 명령했습니다.
 
앞서 A씨는 1997년 세관공무원으로 임용된 뒤 2014년 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약 10년간 서울세관 조사1국에서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밀수사범 수사를 담당했습니다. 이후 디지털무역범죄조사과로 옮겨 관세법 위반 사건을 수사했습니다. 
 
하지만 가상자산 투자금 마련과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시달리던 그는 자신이 수사하던 마약사범과 그 가족들에게 접근, 수사 편의 제공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범행은 2023년 9월부터 이어졌습니다. A씨는 마약 밀수 혐의로 수사를 받던 피의자의 아버지에게 '아들이 구속될 수 있는 중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한 뒤 '아들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5000만원을 요구했고, 실제 같은 금액을 피의자 아버지에게 받아냈습니다. 
 
A씨는 석 달 뒤엔 다른 마약사범과 가족과 접촉했습니다. A씨는 "변호사 비용을 쓰는 것보다 세관에 돈을 쓰는 게 낫다"며 돈을 줄 경우 선처해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피의자의 부모에겐 아들이 구속될 수 있고 며느리 역시 공범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고 압박했습니다. A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2000만원을 받았습니다.
 
2024년 1월엔 다른 마약 밀수 피의자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5000만원을 챙겼습니다. A씨가 이런 방법을 통해 마약 사건 피의자 3명과 가족들로부터 받은 돈은 1억2000만원에 달합니다. 
 
A씨는 마약 수사에서 손을 뗀 뒤에도 범행을 계속했습니다. 관세법 위반 사건을 담당하며 사건을 잘 마무리해 주는 대가로 5000만원을 요구했는가 하면, 다른 사건 관계자들로부터 1500만원과 1000만원을 각각 받았습니다. 그가 수사 편의 대가로 챙긴 돈은 총 1억4500만원에 이릅니다.
 
A씨는 돈을 받은 뒤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받은 금전을 500만원 미만으로 쪼개 반복 입금하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뇌물을 준 마약사범에겐 이후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주면서 대응 방안까지 함께 상의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는 높은 수준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관세청 공무원임에도 지위를 악용해 피의자와 가족들에게 접근했다"며 "범행 수법이나 범행 후의 정황이 매우 불량하여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세관 조사관이 수행하는 공무의 공정성 및 불가매수성(不可買收性, 공무원은 돈이나 선물에 의해 매수되지 않고 공익과 법에 따라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크게 훼손되었다"고 부연했습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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