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노조 파괴 의혹' 재판에 출석한 피비파트너즈 임원이 "회사로부터 민주노총 탈퇴 작업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앞서 그는 검찰 조사 당시에도 "고졸 제빵사로 입사해 30년 넘게 근무했다. 불법인 줄 알지만, 회사의 대표 등으로부터 받은 (노조 파괴)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류경진 부장판사)는 허영인 회장 등 SPC그룹 전·현직 임직원 19명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 10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피비파트너즈 품질관리실장으로 재직 중인 A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습니다. 그는 허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중 한 명입니다. A씨는 전국 사업부를 돌며 품질관리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관리자급인 QC(Quality Coach·품질관리팀장)에게 민주노총 탈퇴 작업을 지시한 혐의를 받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을 승진에서 누락시킨 혐의도 있습니다.
지난해 7월25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듣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A씨는 이날도 '회사로부터 노조 탈퇴 작업 지시를 받았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는 검찰 조사에 앞서 제출했던 진술서에서 "황재복 피비파트너즈 대표가 매주 목요일 경영회의나 직전 티타임에서 '민주노총이 회사 앞에서 집회하는데, 노조원들을 줄이는 게 어떠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피비파트너즈 전무 B씨도 '후배들을 이용해 탈퇴 작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적었습니다.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가 허 회장 등을 노조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한 이후에도 B씨는 '나는 고소를 당했는데, 고소 안 당한 너는 자유롭지 않느냐. 당신이 열심히 해달라'는 취지로 추가 부탁했다는 게 A씨 주장입니다. A씨는 사업부별 품질관리 회의 때 민주노총 탈퇴 현황을 묻고, 탈퇴 작업이 잘 진행되도록 독려했다고 했습니다. QC로부터 민주노총 탈퇴 인원을 전달받은 A씨는 이를 B씨에게 보고했습니다.
A씨는 앞선 진술서에서도 "고졸 제빵사로 입사해 30년 넘게 근무했다. 불법인 줄 알지만, 회사의 대표 등으로부터 받은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며 "잘못을 저지른 것을 깊이 반성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회사를 위한다는 짧은 생각에 잘못된 행동을 했다"며 "모두 사실대로 밝히고 건전한 노사관계로 나아가도록 사죄하고 반성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재판에서 A씨에게 바로 그 진술서를 제시하며 "현재도 같은 입장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A씨는 "맞다"고 답했습니다.
A씨는 또 허 회장이 민주노총 탈퇴 작업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검찰이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황 대표가 노조에 관해 매일 허 회장에게 보고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하자 그는 "네. 매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시로 한 건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A씨의 증언은 황 대표의 발언과 일치합니다. 황 대표는 2024년 7월 증인신문에서 "허 회장이 '집회·시위에 들어가는 재원이 무엇이냐'라고 물어서 '조합비와 상급 단체 지원'이라고 답했다. 이에 허 회장이 '인원을 줄이면 재원이 줄어드니 집회·시위가 줄어들지 않겠냐'고 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황 대표는 또 허 회장이 주말에도 조합원 현황을 보고받았으며 '왜 실적이 적으냐', '속도가 늦다'라고 채근하기도 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파리바게뜨지회의 고소에도 허 회장이 노조 탈퇴 작업을 멈추지 않았단 점도 같습니다. 황 대표는 "'(고소·고발이 들어왔으니) 그만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건의했지만 허 회장은 '그래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반면 허 회장 측은 '(노조 탄압은) 황 대표의 단독 결정'이었다며, 복수노조 간 세력 다툼 과정에서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탈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황 대표는 "탈퇴 종용은 허 회장의 말씀을 듣고 실행한 것"이라며 "불법적인 일을 전문경영인이 단독으로 결정하기란 불가능하다. 사주의 지시 없이 어느 임원이 불법행위에 따르겠나"라며 부인했습니다.
아울러 이날 재판에선 SPC그룹이 노조 탈퇴 작업을 '노노 갈등'으로 위장하려 한 정황도 나왔습니다. B씨가 A씨에게 보낸 메시지엔 "(관리자인) 제조장이 나서면 문제가 되니 뒤로 빠지고 노조 간부들을 활용하라"는 지시가 담겨 있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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