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재출발’, HVAC는 ‘걸음마’…갈 길 먼 삼성 DX
조직개편 반복…실증·사업화 일정 미공개
플랙트 인수…국내 생산은 2028년부터
인수한 기술·인력 내재화, 핵심 과제 부상
2026-08-28 14:35:23 2026-08-28 14:35:23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삼성전자(005930) DX부문이 첫 적자를 기록하며 모바일과 가전을 이을 새 수익원 확보가 시급해졌습니다. 장기 성장동력으로 로봇, 단기 성장동력으로 냉난방공조(HVAC)를 내세웠지만 두 사업 모두 기반을 다지는 단계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로봇 사업은 5년간 조직 개편과 제품 출시 무산을 반복한 끝에 피지컬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방향을 다시 잡았지만, 2030년 목표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실증·제품화 일정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여기에 HVAC도 플랙트그룹 인수를 통해 대형 중앙공조시장에 진입했으나, 국내 생산라인 가동과 인수한 기술·인력의 내재화라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삼성전자가 광주사업장 제3 캠퍼스에 약 6600평 규모의 공조 제품 생산라인을 건립한다. (사진=삼성전자)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대표이사 직속 RX사업추진실을 신설하고 2030년까지 주요 글로벌 생산기지를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생산라인에는 휴머노이드형 제조로봇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고, 구미사업장에는 제조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데이터팩토리를 구축합니다. 다만 생산기지에서 언제 실증을 시작하고, 개발한 로봇을 양산라인에 투입할지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가 2024년 말 최대주주로 올라선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도 구체화되지 않았습니다.
 
새 조직과 목표를 내놨지만 실행계획을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에는 과거의 시행착오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5년간 로봇사업 TF를 사업팀으로 격상했다가 해체한 뒤 미래로봇추진단을 출범시키는 등 조직을 거듭 바꿨습니다. ‘봇핏’과 ‘볼리’ 등을 개발했지만 정식 출시와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조직 재편 과정에서 삼성전자 지능형 로봇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도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팎에서는 로봇 조직을 생활가전이 속한 소비자가전(CE)부문장 직속으로 둔 것부터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로봇은 고성능 칩과 소프트웨어, 배터리·제어 기술을 결합해야 한다는 점에서 ‘IT기술의 집합체’에 가깝지만, 가전제품의 연장선으로 접근했다는 겁니다. 기술 축적보다 단기간에 보여줄 콘셉트와 전시용 결과물에 치중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내부의 한 관계자는 “당시 전략자료의 로드맵대로라면 올해가 팔 달린 로봇이 집마다 들어가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주는 가정용 로봇의 보급 원년”이라고 했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과거의 보행보조·가정용 로봇과 현재 추진하는 피지컬 AI 기반 로봇은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피지컬 AI가 대두된 이후 회사는 B2B부터 시작한다는 방향을 명확히 했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RX사업추진실 산하에 감속기 관련 조직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전자가 단기 성장동력으로 꼽은 냉난방공조(HVAC)도 아직 사업 기반을 갖추는 과정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플랙트그룹을 인수하며 대형 공조시장에 진입했지만, 자체 대형 공조 제품과 생산 기반은 부족하다는 지적를 받고 있습니다. 국내 생산라인 가동 목표도 2028년 초입니다. 자체 생산 기반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플랙트가 보유한 기술과 고객 기반을 활용해 대형 공조사업을 확대하는 단계입니다. 
 
업계에서는 플랙트 인수가 실제 삼성전자 DX의 사업 확장으로 이어지려면 기술과 고객 기반을 기존 조직에 내재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가 2017년 하만을 인수해 전장시장에 진입했지만, 하만이 실적을 내는 것과 별개로 삼성의 기존 사업과 결합한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플랙트 역시 인수 기업의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데 그칠 경우 삼성전자 자체 HVAC 역량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을 함께 보유한 복합기업 구조도 한계로 지적됩니다. 각 사업의 기술과 자본을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지만,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단기간에 성과 내기 어려운 신사업이 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DX부문이 모바일 이외에 뚜렷한 새 먹거리를 키워내지 못한 배경에도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필요한 기업을 인수할 자본은 충분하지만, 인수한 기술과 인력을 기존 조직에 녹여 새로운 사업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현재 사업의 수익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신사업을 언제 새로운 수익원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마저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