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정부가 비거주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9억원으로 낮추려던 방안을 철회하고 현행 12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29일 만의 '유턴'입니다. 다만 시장 혼란에 따른 정책 기조의 근본적 변화로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을 이끌었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자진 사퇴에 이은 '민심 눈치 보기'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세제 개편안 29일 만에 '유턴'
이재명 대통령은 1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종합부동산세법, 소득세법 등 11개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습니다. 지난달 3일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지 29일 만입니다. 정부가 오는 3일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정기국회에서 법안 심사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논란에 휩싸였던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은 현행 12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당초 정부는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을 14억원으로 높이고 비거주는 9억원으로 낮추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정부안대로라면 거주 여부에 따른 기본공제 차이가 5억원까지 벌어집니다. 취득·보유·양도 전 과정에서 과세 기준을 '투자·보유'가 아닌 '실제 거주'에 방점을 찍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장기간 한 채를 보유했음에도 직장 등의 사유로 실거주를 못 한 1주택자에게도 세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아울러 주택분 및 토지분 종부세 세 부담 상한선은 150%를 200%로 올리기로 했던 정부안을 원상 복귀해 150%로 유지합니다.
세제 개편안이 '유턴'하는 데 지난달 23일 고위당정협의회가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9억원으로 조정하고, 세 부담 상한을 200%로 늘리는 세제 개편에 대해 숙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비공개회의에서도 1주택자에 대해 거주·비거주 구분을 둬선 안 된다는 요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계약기간과 납입한도도 현행 제도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최대 5년으로 계약기간을 제한하려 했지만 기존대로 3년 의무 가입기간을 채우면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합니다. 청년형 생산적금융 ISA와 청년미래적금의 중복 가입도 가능해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사진=연합뉴스)
원칙 없는 후퇴…시장 혼란 가중
이례적으로 정부안 수정이 이뤄졌지만, 정부 정책 기조의 근본적인 변화로 보긴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사실상 반발이 가장 거셌던 종부세와 ISA만 건드린 채 나머지 논의는 국회로 '폭탄 돌리기'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당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양도소득세 혜택 감소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가업상속세 경영기간 30년 폐지 △혼인세액공제 폐지 등은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개편안에선 조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주가 누르기'에 해당하는 상장주식 평가방법에 대해서도 국회로 공을 돌렸습니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당·정 간 논의 등 충분한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정기 국회 심사과정에서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는 짤막한 설명만 남겼습니다.
부동산 정책 입안자인 김 정책실장의 자진 사퇴가 없었다면 이 정도의 셀프 손질이 이뤄졌을지도 미지수입니다.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강하게 밀어붙이던 컨트롤타워가 부재하자, 정치권과 시장의 거센 반발에 떠밀려 민심 수습용 '땜질 처방'을 내놓은 셈입니다. 원안의 핵심 기조는 대부분 유지한 채 일부 과세 기준만 핀셋 수정하면서, 원칙 없는 후퇴로 시장의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야당 간사인 배준영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되돌린 것은 국민 눈에 가장 잘 보이는 공제 금액과 상한률뿐"이라며 "국회는 정부의 미완성 숙제를 대신 해주는 곳이 아니다"라고 일갈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