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터널을 지나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확장으로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수요까지 커지면서 배터리 시장의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배터리 수요처가 전기차에서 BESS로 확대되자 국내 배터리 3사도 리튬 등 핵심 원소재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를 찾은 참관객들이 양극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앞선 전날 미국 리튬 개발업체 스맥오버리튬과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맥오버리튬이 양산을 시작하는 2029년부터 10년간 총 8만톤의 탄산리튬을 공급받기로 했습니다. 이는 1회 충전으로 500km를 주행할 수 있는 고성능 전기차 약 18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번 계약 규모가 15억달러(약 2조534억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탄산리튬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삼원계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입니다.
삼성SDI(006400)는 최근 이차전지 분리막 소재 제조사 WCP 지분 3.39%를 확보했습니다. 분리막은 배터리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고 리튬이온의 이동을 돕는 핵심 소재입니다. SK온도 포스코그룹과 리튬 장기 구매계약을 맺고 오는 2028년까지 2만5000톤의 리튬을 공급받기로 했습니다. 이는 전기차 약 40만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입니다.
배터리 3사가 계약과 지분 투자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재료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원료 가격이나 수급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특히 배터리 업계는 북미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장이 가속화되면서 이에 따른 BESS 수요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안정적인 원료 조달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북미 BESS 시장은 2025년 100억3000만달러에서 2030년 198억7000만달러로 약 2배 성장할 전망입니다.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이후 원료를 확보하려 할 경우 조달 비용과 수급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공급망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배터리 원료를 둘러싼 자원 보유국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페루는 최근 전략 광물 협력에 관한 공동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구리와 리튬을 중심으로 지질 정보와 규제·기술을 공유하고 역내 공급망 구축과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국제금융기관과 글로벌 기업의 자금을 공동 유치해 남미를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처로 키운다는 구상입니다.
이처럼 배터리 업체뿐 아니라 자원 보유국들도 배터리에 쓰이는 핵심 광물을 중심으로 공급망 주도권 확보에 나서면서 원소재를 둘러싼 경쟁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단순히 원료를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고 가격과 지정학적 변수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향후 배터리 수요가 회복될수록 원소재를 둘러싼 경쟁도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이어 BESS까지 배터리 수요처가 확대되면서 원재료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향후 수요 증가에 대비해 배터리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장기 공급계약이나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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