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공사도 원톱?…진짜 쟁점은 '어쏘러티'
효율화 논리 4대 항만공사 '한 지붕'
'효율화' 뒤 가려진 경쟁·자율성 논란
4대 Port Authority 권한은 어디로
"항만의 미래는 누가 결정하나"
2026-09-08 06:00:00 2026-09-08 06:00:0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항만 간 연계를 강화하고 유사·중복 기능을 정비해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지만 항만별 특성과 지역경제에 대한 책임경영 체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해양수산부는 4개 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기 위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TF’를 발족, 8일 킥오프(Kick-off) 회의에 돌입합니다. 정부 논리는 각각 수행하는 경영·지원 기능 가운데 유사·중복되는 영역을 묶어 비용과 행정의 비효율을 줄이고 협력을 강화하는데 있습니다. 
 
공사보단 '포트 어쏘러티(Port Authority)'
 
그러나 반대 측 제기는 ‘중복 기능’과 ‘항만의 핵심 기능’을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현행 ‘항만공사법’은 항만공사를 단순한 정부 산하 조직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법 제4조는 항만공사를 법인으로 하고 원칙적으로 항만별로 설립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효율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2개 이상의 인접 항만을 관할하는 공사를 설립할 수 있다는 예외도 있습니다. 
 
 
2026년9월1일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법 제3조는 국가가 항만공사의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항만공사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2003년 항만공사 제도가 출범할 때부터 법에 담겨 있던 기본 원칙이라는 의미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법적으로 항만공사가 ‘공사’이나 영문 명칭이 ‘포트 어쏘러티(Port Authority)’라는 점입니다. 부산항만공사의 영문 명칭을 보면 Busan Port Authority, 인천항만공사는 Incheon Port Authority?입니다. 
 
여기서 Authority는 한국 법상 별도의 법인 형태라는 뜻은 아니지만, 항만공사가 일반적인 공기업과 다른 제도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코퍼레이션(Corporation)’이 회사나 공사라는 법인격에 초점을 둔 표현이라면 ‘Authority’는 특정 공공목적을 위해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아 해당 분야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이라는 성격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항만공사를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이름 자체보다 항만별 전문성과 책임경영을 위해 일정한 자율성을 부여받았다는 제도 설계에서부터 출발한다고 꼬집습니다.
 
항만공사법의 목적 역시 일반적인 공기업의 수익성과 효율성에만 있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항만시설의 개발·관리·운영에 관한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항만을 경쟁력 있는 해운물류 중심기지로 육성하는 것이 법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항만은 지역의 산업·물류·도시개발·국제교역과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떤 시설을 개발하고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는 단순한 기업 경영을 넘어 지역·국가의 물류 경쟁력을 좌우하는 공공적 의사결정이 되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항만공사 제도에는 지역성과 전문성을 반영하는 장치도 마련돼 있습니다. 항만공사의 주요 사업과 예산, 투자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항만위원회에는 해당 지역 지방정부와 항만 이용자 측의 추천을 반영하는 구조가 포함돼 있습니다. 결국 항만공사는 단순히 ‘지역마다 공기업 하나씩 만들어 놓은 것’으로만 볼 수 없는 셈입니다.
 
 
2026년9월1일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항만 미래, 항만 거버넌스 문제로 봐야"
 
이번 통합 논란의 핵심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천 지역사회와 항만단체는 통합 이후 정책·기획과 주요 투자 의사결정 권한이 통합공사 본사에 집중되면 각 항만의 독자적인 전략 수립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인천항은 수도권 관문항이자 대중국 교역과 국제여객, 수출입 물류를 담당하는 국가 핵심 인프라인 만큼 다른 항만과 단순히 유사업무를 수행한다는 이유로 동일한 의사결정 구조에 묶어선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그렇다고 통합 자체가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핵심은 통합 이후의 권한 배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본부가 단순한 집행조직으로 남는지, 아니면 일정한 투자·개발·마케팅 권한을 갖는 실질적인 지역 항만관리 조직으로 기능하는지 여부입니다. 항만별 사업소와 현장 기능은 유지하면서 인사·재무·법무 등 공통 기능을 통합하는 방식 등 일종의 지주회사 형태나 통합법인과 지역조직 사이에 권한을 분산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번 통합은 공기업 네 곳을 하나로 줄이는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닌 ‘누가 항만의 미래를 결정할 것인가’라는 항만 거버넌스의 문제?로 봐야하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말하는 효율성 검증과 동시에 항만별 자율성·책임경영이 실제로 어떻게 보장될지도 제시돼야할 부분입니다. 통합의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도 기관수 줄이기가 아닌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각 항만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국가 전체 항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느냐에 맞춰져야한다는 얘기입니다.
 
1921년 맺은 뉴욕·뉴저지 항만공사를 예로 들며 항만공사의 독립성과 자율적 의사결정 구조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항만 전문가들은 당시 지역 간 이해관계 충돌을 조정하기 위해 독립적인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었다는 취지를 설명합니다. 핵심은 ‘하나의 기관으로 묶는 것’ 자체가 아니라 정치적·지역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규모와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설계하는 데 있다는 점을 지목합니다.
 
 
해양수산부는 4개 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기 위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TF’를 발족, 8일 킥오프(Kick-off) 회의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단순 통합’보다 ‘설계’ 관건
 
즉, ‘통합 여부’보다 ‘통합 설계’가 핵심인 겁니다.
 
항만 업계 관계자는 “이번 통합 논란은 공공기관 개혁의 본질을 물어야한다. 통합 이후에도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각 항만이 자기 지역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보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른 외부 관계자는 “항만공사 제도 자체가 원래 ‘항만별 특성에 맞는 책임경영’을 전제로 출발했는데 이번 통합은 그 설계 철학을 바꾸는 것”이라며 “항만공사는 일반적인 공기업처럼 하나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항만의 개발·관리·운영을 전문적으로 맡는 독립 법인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항만 거버넌스 체계의 재설계’ 문제가 된다”며 “항만공사법 제3조가 보장하고 있는 ‘자율적 운영’의 주체가 부산항·인천항 등 개별 항만에서 통합법인 전체로 바뀌는 것이라면 항만별 자율성은 어떤 방식으로 보장할 것인지가 의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행법상 항만별 설립의 원칙과 관련해서도 “통합 이후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의 투자 우선순위와 개발 전략을 최종적으로 누가 결정할지 여부, 지역본부가 단순한 집행조직인지 아니면 독자적인 투자·사업 결정권을 가진 실질적인 항만공사인지를 이번 통합안에 실체로 논의해야할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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