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KB증권이 준공 후 미분양 사태를 맞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서 구조화를 통해 기존 대주단의 자금 회수(엑시트)를 끌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KB증권은 네 차례의 자금 조달을 주도하며 총 35억원이 넘는 수수료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김포 대포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의 독점적 금융 주관을 맡아 2018년부터 총 4차례의 자금조달(약 2119억원 규모)을 총괄했습니다. 당초 이 사업장은 2019년 토지 수용재결 취소 소송 등의 여파로 공사가 중단되는 위기를 겪었습니다. 이에 KB증권은 2020년 799억원 규모의 2차 리파이낸싱을 주도하며 사업을 연장시켰습니다. 당시 KB증권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전체 대출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539억원(Tranche A-1)에 대해 직접 사모사채 인수 확약을 제공하며 강력한 신용 보강에 나섰습니다. 자칫 대규모 부실을 떠안을 수 있었으나, 해당 539억원 규모의 대출채권은 전액 상환됐습니다. 사업 정상화 과정에서 가장 컸던 자체 보증 리스크를 준공 전에 선제적으로 털어낸 것입니다.
이후 2022년 8월 해당 산업단지는 우여곡절 끝에 준공했으나, 지원시설용지와 주차장용지 일부가 미분양되면서 기존 3차 대출 잔액(250억원)을 상환할 분양대금이 부족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은 대주단의 자금이 묶이는 최악의 리스크로 꼽힙니다. 하지만 KB증권은 이후 미분양된 지원시설용지와 주차장용지의 1순위 우선수익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제2금융권으로부터 총 170억원 규모의 4차 대출을 일으켰습니다. 이 4차 대출은 KB증권이 자신의 장부에서 리스크를 지워낸 엑시트의 핵심입니다.
2차 대출 당시 수백억 원의 보증(인수확약)을 섰던 KB증권은, 4차 대출 과정에서는 자금을 직접 투입하거나 신용보강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새로운 대주단(조합들)을 모집해 대출을 성사시켜 주는 '단순 금융주선자'로 역할을 바꾼 채, 제2금융권의 자금으로 기존 3차 대주단의 남은 채무를 갚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악성 미분양에 따른 최종 상환 리스크는 170억원을 댄 새로운 대주단과 연대보증을 선 시행사에 넘어갔고, 기존 PF 대주단과 KB증권은 발을 뺐습니다.
험난한 사업 전개 과정 속에서 시행사는 총 147억2230만원에 달하는 제반 수수료를 부담해야 했는데, 이 중 KB증권이 직접 챙긴 금액만 35억1056만원에 달했습니다. KB증권은 대출을 주도할 때마다 비용 명세서를 앞세워 다양한 명목의 수수료를 수취했습니다. 사업 초기인 1차 대출에서는 사모사채 인수수수료와 전자단기사채 인수수수료 등을 포함해 약 14억2800만원을 확보했고, 공사 중단 위기 속 2차 대출에서는 금융자문수수료 등 13억6700만원을 챙겼습니다. 3차 대출(약 3억8500만원)에 이어, 미분양 자산을 담보대출로 치환했던 4차 대출 과정에서도 KB증권은 단순 주선 대가로 3억3000만원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KB증권은 벼랑 끝 사업장에서 539억원의 신용공여로 불씨를 살려낸 뒤 이를 조기 회수했고, 금융주관, 대리금융, 자산관리, 증권 인수 등 PF 딜에서 파생될 수 있는 거의 모든 역할에 대한 대가로 수익을 극대화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고위험 사업장에서도 자금줄을 쥔 대형 IB가 구조화를 통해 리스크를 지운 사례"라며 “미분양 악재도 새로운 대주단에 대환해 위험을 피했지만 결국 누군가의 독박이 존재한다는 PF 시장의 구조적 모순도 동시에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