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IBK투자증권 소액주주들이 약 5%의 지분을 모아 회사 측이 추진한 감사 관련 안건 2건을 모두 부결시켰습니다. 소액주주들의 표 결집이 회사 추천 인사의 감사위원 진입을 막으면서 이사회 견제가 현실화된 겁니다. 소액주주협의회는 자체 감사위원 후보 추천과 추가 임시주주총회 요구를 예고했고, 최광진 IBK투자증권 대표는 자사주 매입을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하며 임기 절반인 6개월 안에 주주 문제의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5일 IBK투자증권은 제19기 제2차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심의했습니다. 이날 위임장을 포함해 총 228명의 주주가 참석했습니다. 출석 주식 수는 1억1833만9156주로 의결권이 있는 전체 주식의 93.78%에 달했습니다.
표 대결은 제2호 의안인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에서 시작됐습니다. 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허준영 후보자를 추천했지만 소액주주들은 독립적인 감사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며 반대에 나섰습니다.
해당 안건에서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대주주인
기업은행(024110)의 의결권이 총 발행주식의 3%로 제한됐습니다. 찬반 의견이 맞서면서 현장 투표와 사전에 제출된 위임장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표결이 진행됐습니다.
개표 결과 제2호 안건은 찬성 528만4393주, 반대 603만9059주로 부결됐습니다. 반대표는 전체 발행주식의 약 4.8%에 해당합니다. 회사 측이 추천한 감사위원 후보가 약 5%의 소액주주 표에 막힌 것입니다.
이어 사외이사로 선임된 후보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제3호 안건도 표결에 부쳐졌습니다. 이 안건 역시 찬성 536만2753주, 반대 603만9059주로 부결됐습니다. 감사 관련 안건 2건이 연달아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소액주주들이 실제 표결을 통해 이사회 구성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소액주주협의회는 이번 표결을 계기로 이사회 견제를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회사 측에서 성의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확보한 3% 이상 지분을 바탕으로 임시주총을 요구하고 자체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할 방침입니다.
서준식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3년 동안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3.6%밖에 안 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뭐가 잘못됐는지 시스템도 확인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제대로 파악할 감사위원이 필요하다"며 "더 이상 주주들의 손실을 막기 위해 제대로 된 감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주총 현장에서는 장기간 투자금이 묶인 데 대한 불만도 나왔습니다. 한 소액주주는 "기다리라는 말만 안 했으면 벌써 우리가 소송을 냈다"며 "그런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지 왜 기다리라고 자꾸 얘기하느냐"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이 지금처럼 회사를 운영하려면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소액주주 지분까지 정리해 100% 자회사로 가져가는 방안일 경우 받아들일 수 있다"며 "그게 아니라면 소액주주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최광진 대표는 주주 문제 해결 방안으로 자사주 매입을 직접 거론했습니다. 최 대표는 "추석이 조금 지나면 분명한 방향이 잡힐 것"이라며 "가장 유력한 방안은 자사주 매입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100% 주주들이 만족하는 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상당 부분 접근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 알려드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대표는 일반주주 문제를 임기 절반인 6개월 안에 풀겠다는 뜻도 보였습니다. 그는 "대표가 되면서 회사 자본금을 강화하는 문제와 일반주주 문제 두 가지는 꼭 해결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1년짜리 대표인 만큼 1년 내내 이 문제를 끌고 갈 수는 없다. 임기 절반인 6개월 안에는 끝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방안을 마련해 보고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김병훈 IBK투자증권 부사장은 주총 이후 소액주주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전임 대표들은 외부에서 많이 왔고 청와대에서 온 경우도 있었다"며 "최광진 대표는 기업은행 출신이어서 자사주 매입 문제 등을 놓고 기업은행과 커뮤니케이션이 좀 더 잘되는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에 그냥 넘어가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총 직후 협의회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생각했고 이 정도로 소액주주들의 호응이 있을지 몰랐다"며 "이런 응집된 힘은 이번 주총이 끝났다고 해서 흩어지는 게 아니고 점점 더 강화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최광진 IBK투자증권 대표가 15일 서울 IBK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제19기 제2차 임시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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