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개인정보 노출 우려 여전 …“신청해야만 보호”
'소장 주소 비공개' 등 가사사건 정보보호 신청 인용률 55% 그쳐
허민숙 "고위험 가사사건, 법원 직권으로 주소 비공개 명령해야"
2026-09-15 15:48:20 2026-09-15 19:02:21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법원이 민사·가사소송 과정에서 당사자의 주소 등 개인정보가 상대방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 조치 신청 절차에 대한 안내를 강화합니다. 다만 피해자가 직접 신청해야만 주소를 숨길 수 있는 현행 제도의 한계는 여전히 남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혼소송 중인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 A씨가 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 분당경찰서 유치장을 나오고 있다. A씨는 아내가 제기한 이혼 소송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을 것으로 생각해 앙심을 품고 소장에 적힌 주소로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뉴시스)
 
대법원은 지난 14일 민사·가사소송에서 개인정보 보호 조치 신청 절차에 대한 안내와 접근성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지난 1일 경기 광주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계기로 마련됐습니다. 이혼소송 중이던 30대 여성은 수차례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법원의 임시 보호 명령까지 받은 뒤 거주지를 옮겼지만, 소송 서류가 송달되는 과정에서 새 주소가 남편에게 노출됐습니다. 남편은 이혼 소장을 통해 주소를 확인한 지 약 3주 만에 피해자를 찾아가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행 민사소송법과 민사소송 규칙에는 소송 당사자의 주소 등을 비공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습니다. 당사자가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소명해 신청하면, 법원은 주소·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이메일 등이 상대방을 포함한 제3자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제도가 있어도 당사자가 알지 못해 신청하지 못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안내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전자소송으로 소장을 접수할 때 주소 입력란 하단에 개인정보 보호 조치 안내 문구를 넣고, 종이 소장 양식에도 같은 내용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안내 강화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피해자가 직접 신청하고 위해 우려까지 소명해야만 보호 조치가 작동하는 구조는 그대로기 때문입니다. 이혼소송을 처음 겪거나 폭력·스토킹 위험 속에서 급히 소송을 준비하는 피해자에게 이를 살필 여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가해자가 먼저 소송을 제기하면 주소 보정 명령 과정에서 피해자의 새 거주지가 노출될 수 있습니다. 
 
법원의 인용률조차 높지 않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가사사건에서 상대방에게 주소·연락처를 비공개해 달라고 한 개인정보 보호 조치 신청의 법원 인용률은 55%에 그쳤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번 사건을 “신청주의 보호 체계가 안은 구조적 위험이 현실화된 비극”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보호 명령이나 접근 금지·스토킹 신고 이력이 확인된 사건은 ‘고위험 가사 사건’으로 분류하고, 소장 부본을 송달하기 전에 주소 등 개인정보를 우선 차단할 필요가 있는지 심사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단순히 보호 조치 신청을 더 많이 알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고위험 가사 사건은 법원이 직권으로 주소 비공개 명령을 내리고, 피해자의 실제 거주지를 노출하지 않고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송달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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