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과 중국이 연일 '인공지능(AI) 속도조절론'에 선을 그으며 AI 주도권 확보 경쟁에 나선 가운데, AI 이슈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핵심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습니다. 중간선거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찬반이 미국 조야를 달군 데 이어, 최근 글로벌 빅테크 업계에서 AI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으면 인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터져 나오면서 AI 논란이 더욱 뜨거워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도 AI가 신규 일자리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지역 간 노동시장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보고서가 나오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은은 AI 투자와 숙련 인력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역 간 고용·임금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인류 위협 'AI 속도조절론'에…미·중, '주도권 확보' 경쟁 치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AI 관련 6건의 글을 연달아 올리면서 최근 AI 업계와 민주당을 중심으로 급부상한 '속도조절론'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첫 번째 글에선 "AI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역겨운 음모가 있으며 이를 기뻐할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라면서 "AI에서 이기는 자가 승리할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 모든 다른 나라들을 앞서고 있으며, 계속 그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글에서도 "AI와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성장이 일어나고 있는 유일한 이유는 미국이 다른 모든 국가보다 훨씬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지 말라"고 적었습니다. 또 다른 글에선 "AI가 세계를 장악하고 인류를 파괴하며 다른 모든 일을 나쁘게 한다는 건 사기"라며 "인류 멸망 경고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개인 웹사이트에 "AI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AI 속도조절론'이 본격 점화됐습니다. 최첨단 AI 모델의 성능 개발 속도를 조절해 갈수록 커지는 안전 위험에 대응할 시간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등 주요 빅테크 수장들이 잇따라 지지 의사를 나타냈습니다.
미 <CNN 방송>은 이날 "이러한 우려의 고조는 AI 업계 거물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분수령의 순간처럼 느껴진다"면서 "이처럼 급속히 변화하는 정치적 환경은 AI를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에서 더욱 강력한 이슈로 만들 수 있다"며 핵심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짚었습니다.
미국과 AI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도 '속도조절론'엔 선을 그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18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AI 속도조절론에 대한 직접 언급은 피하는 대신,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자국 영향력 확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국가들이 글로벌 AI 거버넌스 표준을 수립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며 "인간 중심의 접근 방식으로 선한 목적의 AI를 개발하고 합의에 기반한 글로벌 AI 거버넌스 틀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과 공동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는 '브릭스 오픈소스 AI 커뮤니티'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AI시대 한은의 경고…"지역 간 노동시장 격차 더 키운다"
미국 빅테크 기업 수장들이 띄운 AI 개발 속도조절 주장이 연일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에서도 AI 확산이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은은 이날 'AI와 지역 노동시장, 지역 간 격차 확대 위험과 새로운 기회'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AI 확산이 수도권 집중도를 높여 지역 간 격차를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본격 확산한 오는 2023년 이후 3년간 AI 고노출 일자리는 전국적으로 24만7000명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80.8%인 19만9000명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급부상한 에이전틱 AI 고노출 직업군에서도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 10만5000명 중 88.3%인 9만3000명이 수도권 몫이었습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AI 활용 가능성이 높을수록 고용 증가율도 높아지는 관계가 나타났지만, 비수도권에서는 뚜렷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한은은 AI 시대 노동시장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연령층이 20대 청년층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정민수 한은 지역경제조사팀장은 "청년층의 경우 AI 고노출 직업 취업자 수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에서 일제히 감소했다"며 "대학 교육이 여전히 전통적인 지식과 정보 축적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은은 AI시대 고용 양극화 해소를 위해 지역 서비스업 전문화를 위한 교육과 서비스 기업의 혁신성장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합리적인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더불어 제조업의 지식서비스화를 촉진하기 위한 스타트업 육성 지원, 지역 거점 대학 투자 확대도 정책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이날 대전 롯데시티호텔에서 열린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AI 도입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 인프라와 조직, 제도 측면에서 '보완적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며 "결국 AI가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인지는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보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역경제를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7월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AI 컨퍼런스에서 한 방문객이 알리바바의 Qwen AI 안경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