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전쟁에 관여,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한 논란에 명확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전히 '전쟁 파병'에 무게를 두고 있어 한·미 사이 엇박자는 여전합니다. 결국 오는 11월3일(현지시간) 미국·이란 전쟁의 향방이 결정될 때까지 파병의 방법론을 둔 양국의 수싸움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이들 뒤편으로 폭발로 인한 거대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쟁 파병' 불가론 대 "군사적 기여"
20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7개월 만에 대면 회담을 갖고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의 기본 입장을 잘 설명했고 미국 측도 이를 이해하면서 긴밀히 소통해 나가자고 했다"면서 "(미국의) 구체적인 파병 요구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앞선 회견에서 "명백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전쟁 파병 불가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전쟁 불관여·불개입 원칙은 지금까지 지켰고 앞으로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전쟁 개입을 위한 파병'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한국 지도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거절하며 이란에 군대를 파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확보 및 관리를 위해 동맹국들의 군사적 기여를 중시하고 있는데, 이 대통령이 이를 사실상 거절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중동 관련 협조 요청을 거절한 것이 아니다"라고 즉각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 보호와 국익 수호를 위한 실질적 기여 방안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한 소통하에 검토해 오고 있다"며 "정부는 전쟁·전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적 입장하에 구체적 기여 방안을 계속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럼에도 한·미 양국 사이에 파병을 둘러싼 수싸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시각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우리 정부는 미국·이란 전쟁에 개입하거나 관여하지 않고 우리 국민의 안전과 원유 등 에너지 수송을 위한 '자유항행'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개전 이후 지속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과 다른 동맹들을 대상으로 해협 안정을 위한 파병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전 세계 국가들은 이 사기극 같은 분쟁이 끝났을 때 마땅히 미국에 비용을 상환해야 하며,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청해부대부터 다국적 임무까지…종전이 '전제 조건'
양국이 파병 문제에 대한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선을 긋는 대신 '실질적 기여'라는 우회로를 택한 상태입니다. 국내에서 요구되는 '파병 반대'와 동맹국 기여를 원하는 미국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겠다는 겁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방안은 '청해부대 활용'입니다. 이 대통령은 "우리로선 다른 국가들이 하는 것처럼 자국의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들의 생명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해야 된다는 점도 분명하다"면서 "이미 호르무즈 인근에 청해부대가 나가 있다. 청해부대의 활동 영역도 지금 많이 확대돼 있는 상태"라고 짚었습니다.
이미 2020년 1월 청해부대는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참여하는 대신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다만 청해부대가 임무·작전 구역을 넘어서는 것이 국회 동의가 필요한지는 법적 쟁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비전투 군사 자산 파견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해상초계기와 폭발물처리반(EOD) 등 비전투 자산 위주로 최소한의 병력을 파견하는 방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는 전투에 개입한다는 논리에서 벗어나, 항로 안전을 위해 기뢰 제거라는 임무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한국이 단독으로 '기여'하는 방안 대신 영국·프랑스 등과 함께 자유항행 보호를 위한 다국적 임무 수행에 참여하는 방식도 유력합니다. 또 조선·플랜트 역량을 활용해 인프라 복구 및 재건을 지원하는 '제3의 방안'도 거론됩니다.
문제는 미국·이란 전쟁의 전황입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19일 미국과 종전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조건을 중재국을 통해 미국에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번 종전 조건으로는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 △이란 동결 자금 해제 △해상 봉쇄 해제 등이 담겼는데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만 남은 셈입니다.
우리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기여' 방안에는 '허용적 환경'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습니다. 종전과 안전한 작전 환경이 보장돼야 실질적 기여에 나설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미국·이란 전쟁의 종전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한·미 사이에도 호르무즈 해협 기여에 대한 논쟁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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