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동아쏘시오홀딩스가 내달 1일 동아제약을 흡수합병해 사업지주회사로 변모할 예정입니다. 지난 2013년 분할한 동아제약을 재흡수한 배경과 관련, 강정석 회장 주도의 바이오 자회사 투자가 적자를 면치 못하자 이에 대한 대응 성격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룹은 합병 이후에도 지배구조 변화는 없다고 밝혔지만, 강 회장이 내부자금을 통한 투자 결정이 쉬워지는 구조로 바뀌면서 실질 지배 확대 효과가 발생하리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7월23일 이사회 의결로 결정된 이번 합병은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동아제약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주주총회 없이도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통합법인명은 ‘동아제약’. 동아쏘시오홀딩스란 이름은 출범 13년 만에 사라집니다.
동아쏘시오홀딩스가 내달 1일 동아제약을 흡수합병해 사업지주회사로 변모하는 것과 관련, 합병 배경에 대한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동아제약 홈페이지)
이번 결정 배경에 대해 동아쏘시오그룹은 이른바 ‘순수 지주회사’의 제한적 영향력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순수 지주사’가 별도의 수입원 없이 계열사 배당에 의존하는 구조인데, 직접 사업을 하려면 안정적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동아제약은 일반의약품(OTC)·박카스·헬스케어·화장품 등을 통해 지난해 7263억원의 매출과 108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홀딩스 전체 연결 매출의 약 50.8%를 차지하는 핵심 현금 창출 기업입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는 사업지주회사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설명입니다.
바이오 자회사에 동아제약 ‘실탄’ 꽂히나
시장은 벌써 합병 이후 동아제약 보유한, 이른바 ‘실탄’을 지주사를 지배하는 강 회장이 어디에 투입할지에 관심이 높습니다. 8월27일 공시 기준, 강정석 회장 및 특수관계자 34인의 동아쏘시오홀딩스 합산 지분은 42.53%(286만3626주)에 달합니다. 당장 투자처로 거론되는 곳들은 메타비아·앱티스 등 그룹의 주요 바이오 자회사들입니다.
대표적으로 메타비아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로, 비만 및 대사기능장애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입니다. 적자 폭은 개선되고 있지만 지난해에만 1300만달러(약 18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상태. 지난 6월 동아ST가 보유한 메타비아 지분 39.0%를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인수하면서 현재는 홀딩스가 손실 부담을 지고 있습니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 성장에 필요한 신약 개발이나 바이오 분야 등을 포함해 투자가 필요한 순간이 되면 자금이 수혈될 것”이라면서 “메타비아는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보다는 반드시 투입해야 하는 부분에만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룹의 해명에도 메타비아 등 바이오 자회사가 이번 흡수합병 과정에서 계속 거론되는 이유는 바이오 자회사를 둘러싼 그간 그룹이 보인 의사결정 때문입니다. 강정석 회장은 2023년 11월 복귀 이후 메타비아·앱티스·에코윈 등에 3년간 970억원을 바이오벤처 인수에 투입했습니다. 당시에도 모두 적자 상태였습니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동아제약 흡수합병 이후 강정석 회장의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해 그룹 측은 “소규모 합병인 만큼 지배구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사진=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
특히 동아쏘시오홀딩스가 메타비아 지분 39%를 직접 인수하며 손실을 떠안은 결정은, ‘터널링과 프로핑: 피라미드 소유 구조의 정당화’(Tunneling and Propping: A Justification for Pyramidal Ownership, Riyanto·Toolsema, 2004) 이론에 부합하다는 분석입니다. 그룹 신용도가 걸린 상황에서 지주사를 통한 피라미드 소유 구조가 터널링, 즉 자원 유출과 프로핑(부실 계열사 지원)이 이뤄진 셈입니다. 메타비아가 동아ST의 신용도와 주가에 미치는 부담을 지주사가 흡수한 것은 전형적인 프로핑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아제약 합병 결정 역시 ‘피라미드 할인: 터널링인가, 과잉투자인가?’(Pyramidal Discounts: Tunneling or Overinvestment?, Holmén·Knopf, 2009) 이론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합병 이전에는 동아쏘시오홀딩스가 바이오 자회사 투자를 위해 배당 재원이나 외부 조달 등의 방식을 고민해야 했다면, 합병 후에는 동아제약의 연 1000억원대 순이익을 곧바로 신약 파이프라인에 투입하는 길이 열리게 된 겁니다. 내부 결정으로 집행될 수 있는 자금은, 앞선 이론이 설명하는 ‘낮고 가벼운 수익률 요구(soft return requirements)’에 해당합니다. 관련해 한국신용평가는 “메타비아 지배구조 변경을 통한 사업·재무적 변동성 완화”라며 “메타비아 추가 투자 필요 시 모회사와 분담 가능해 투자 부담 경감”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번 합병은 향후 이어질 고위험 바이오 투자와 그로 인한 부담을 지주사가 감당하기 위한 자금 인프라 마련책으로 바라볼 여지가 있습니다. 물론 제약사의 미래 투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R&D에 있습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매출 대비 약 16% 비중의 타 제약사 대비 높은 연구개발 비중과 견줘 고려하면 이번 합병 결정은 일견 설득력을 갖습니다. 그럼에도 주주 사이에서는 ‘건실한 기업 이익을 만년 적자 기업에 쏟아붓는다’라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주주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신약 개발 투자를 하더라도 100%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을 알고 있기에 신중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강 회장의 지배력 강화 측면과 관련해서는 “소규모 합병인 만큼 지배구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미 강 회장은 그룹 신성장동력 확보 노력하는 만큼 이번 합병이 그룹의 성장에 가져올 영향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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