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경고 무색…금융지주 회장, 자추위 참여
2026-09-28 06:00:00 ㅣ 2026-09-28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에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할 때 특정 계파나 친소 관계에서 벗어나 능력 중심으로 적임자를 선별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은행 등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후보 추천·검증 권한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라는 요구입니다. 그러나 최종 후보자를 가려내는 지주사의 자회사 CEO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에는 현직 회장이 직접 참여하고 있어 당국 주문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회사 임추위 권한 강화 주문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KB·신한·하나·우리·농협·iM·BNK·JB 등 8개 은행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자회사 CEO 경영승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이 원장은 "CEO 선임 절차는 특정 계파나 친소 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능력에 기반한 적임자를 선별하는 절차로 운영돼야 한다"며 후보군 선정과 검증·평가, 기록 등 승계 전 과정에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라고 강조했습니다.
 
하반기 행장 등을 포함해 70여개 자회사 CEO의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연말 금융권 인사를 앞두고 지배구조 문제에 재차 목소리를 낸 것입니다. 특히 이 원장은 자회사 임추위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지주사 자추위가 CEO 상시 후보군 등 충분한 정보를 자회사 임추위에 제공하고 후보 평가 과정에서도 임추위원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하라는 주문입니다. 
 
지주사의 자회사 CEO 선임 구조를 보면 통상적으로 지주 이사회 산하 자추위가 자회사 CEO 후보군을 관리하고 후보를 압축·평가해 최종 후보를 추천합니다. 이후 은행 등 자회사 임추위가 해당 후보의 적격성을 검증하고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하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됩니다. 지주 자추위가 후보군 구성과 압축·평가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자회사 임추위가 최종적으로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해 왔습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17조에서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고, 금융회사는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임원을 선임할 경우 임추위가 추천한 사람 가운데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자회사 임추위가 지주 자추위가 사실상 결정한 후보를 사후적으로 추인하는 데 그치지 않도록 추천권과 정보 접근권을 확대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장 최종 후보군을 압축하고 후보를 승인하는 단계에서 은행 임추위의 의견 개진 절차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최종 후보군 선정 단계에서 임추위의 의견 개진 절차와 평가 시스템을 보완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진행된 8개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주 자추위엔 회장…영향력 차단 한계
 
금융지주사들도 자회사 임추위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승계 절차를 손질하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연말 임기가 끝나는 자회사 CEO 승계 절차에 착수하면서 신한은행 임추위에 지주가 관리하는 승계 후보군 정보를 공유하고, 후보군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BNK금융지주(138930)도 최근 은행 임추위에 CEO 상시 후보군 추천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또 임추위원장이 지주 자회사 CEO 후보추천위원회의 최종 면접에 참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자회사 임추위에 후보 추천권을 두고 있고,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우 하나은행 임추위에 은행장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회사 임추위의 역할 강화만으로 완전한 인사 독립성을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후보 추천의 권한을 자회사 임추위가 갖더라도 후보군 관리와 압축, 심층평가 등 인선의 핵심 과정은 여전히 지주 자추위가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요 금융지주사 자추위에는 지주 회장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가장 문제입니다. KB금융은 양종희 회장이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은 진옥동 회장이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이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의 경우 사외이사가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지만 함영주 회장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은행 임추위에 후보 추천권 등 권한을 강화하더라도 현직 회장의 영향력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을 자추위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하라는 방침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민간 금융사의 이사회 구성에서 특정 인물(회장)을 제외하라 식으로 지침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CEO 후보 선정과 평가 과정에서 자회사 이사회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하되, 지주 회장이 참여하는 자추위의 판단과 서로 견제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지주회사가 은행을 비롯한 핵심 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주 회장이 그룹 전체의 경영 전략을 책임지는 상황에서 함께 전략을 수행할 자회사 CEO 인사에 전혀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가 자회사 지분을 전량 보유한 상황에서 회장의 인사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자회사 임추위의 권한을 키우는 동시에 자추위의 후보 선정·평가 과정에서 견제 장치를 얼마나 실효성 있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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