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유와 석유화학업계가 수십조 원대 가격담합 의혹과 손실보전 논란에 휩싸이며 국정감사에서 집중포화를 맞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정유 4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한꺼번에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가운데,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도 가격 담합을 벌인 혐의로 궁지에 몰린 석화업계 역시 국감 타깃으로 떠올랐습니다.
정유 4사. (사진= 각 사)
6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김종화 SK에너지 대표,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대표,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안와르 알히즈아지 S-OIL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증인들은 오는 12일 공정거래위원회·한국공정거래조정원·한국소비자원 국정감사에 출석이 예정돼 있습니다.
정무위가 내세운 표면적인 출석 요구 사유는 소비자가 금액이나 용량을 지정해 넣는 ‘정액·정량 주유 방식의 실태 점검’입니다. 하지만 정유 4사 대표가 모두 증인으로 채택된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대규모 가격담합 혐의로 질의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검찰은 지난 7월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가 가격 정보를 교환하고 석유제품 공급가격의 인상 시기와 폭을 조율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이 산정한 직접 담합 관련 거래 규모는 14조2000억원이며, GS칼텍스와 S-OIL의 가격 추종까지 포함한 경쟁제한 규모는 26조원으로 추산됩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초유의 대규모 담합 수사에 국감 증인 채택까지 겹치며 내부적으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담합 혐의를 직접 받는 곳은 두 곳인데 나머지 업체 대표까지 세트로 증인 명단에 올린 것을 보면 국회 차원에서 벼르고 있는 느낌”이라며 “사전 소명 여부에 따라 출석이 철회되기도 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수 석화단지. (사진=연합뉴스)
석유 최고가격제 ‘손실보전’도 국정감사 뇌관으로 꼽힙니다. 정부는 지난 3월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최고가격제를 도입한 뒤 정유사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했지만, 산정 방식을 두고 정부와 업계의 팽팽한 입장 차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실제 제조원가에 적정 마진을 더하는 방식을, 업계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과 국내 공급가격의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보전액은 산업통상부 ‘최고가격 정산위원회’ 검토를 거쳐 다음달 말 확정될 예정입니다.
특히 ‘담합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유사에 국민 세금으로 손실을 보전해 주는 것이 타당하냐’는 질책이 쏟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정제마진 강세로 정유 4사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상황까지 맞물리며 손실보전의 적정성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질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 4사 모두 원가 관련 자료를 정부에 제출한 상태”라며 “재무팀에서 연일 밤샘 작업을 해가며 방대한 데이터를 추리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고 했습니다.
해당 기업들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폴리염화비닐(PVC)과 가소제, 가성소다 등 8개 품목의 공급가격 변동 폭과 시기를 합의한 혐의를 받습니다. 특히 정부의 석화산업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도 담합을 이어갔다는 검찰 판단이 나오면서, 향후 업계 구조조정 지원의 타당성을 둘러싼 책임론이 거론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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