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시멘트 제조업체에서 30년간 일한 70대 노동자가 퇴직 14년 만에 진단받은 난청이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습니다. 노화 때문이라는 감정의 소견에도 법원은 노동환경과 청력 손상 형태를 살펴 업무상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단독 유영화 판사는 최근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A씨는 1979년부터 2008년까지 30년간 시멘트 제조업체 두 곳에서 크러셔(콘크리트 압축·파쇄기) 점검원으로 일하며 소음에 노출됐습니다. 그는 퇴직 후 14년이 지나 70세가 된 2022년 9월 양쪽 귀에 감각신경성 난청을 진단받았고, 과거 업무 때문에 발병했다며 공단에 장해급여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공단은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작업환경 측정 결과에 소음 노출 수준이 통상 80데시벨(dB) 미만이며, 최대치도 85dB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업무상 질병의 기준을 정하고 있는 산재보험법 시행령은 85dB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돼 한 귀의 청력 손실이 40dB 이상이어야 소음성 난청을 인정합니다.
공단은 “장기간 근무력을 고려해도 소음 노출 인정 기준에 미달해 업무 관련성은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불복해 A씨는 공단을 상대로 이 사건 소송에 나섰습니다.
유 판사는 A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유 판사는 “업무 중 노출된 소음으로 인해 발병 또는 악화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공단의 작업환경 측정이 미흡하다고 봤습니다. 유 판사는 “공단은 A씨가 일했던 한 사업장의 작업환경만 측정했다”며 “A씨가 18년 가까이 일한 또 다른 사업장에서 노출된 소음 수준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A씨와 비슷한 시기 같은 사업장에서 일했던 동료가 소음성 난청의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은 점 등을 근거로 관련성을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법원 감정의(이비인후과)는 A씨의 난청이 노화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감정의는 “소음 노출이 중단되고 시간이 경과한 뒤 발생한 난청은 소음성 난청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A씨는 노화의 영향이 대부분”이라는 소견을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특별진찰 결과에서 소음성 난청의 전형적인 패턴이 나타난 점에 주목했습니다. 유 판사는 “A씨의 청력 손상 형태, 소음 노출 수준 및 기간 등을 고려하면, A씨의 양측 귀 청력 저하가 대부분 노화로 인해 발생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A씨는 청력 손상에 노화로 인한 영향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해도 업무상 소음으로 인한 영향이 상당히 의미 있는 수준으로 함께 작용했다고 평가함이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A씨를 대리한 김남준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는 “이 사건은 법원 감정의가 업무 관련성에 부정적인 소견을 제시했더라도 전체 증거를 종합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특히 노화와 업무상 소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난청에서 노화의 기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 관련성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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