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기회의 사다리' 논란…20·30대 80% "자산 형성 제한"
20대 78.7%·30대 77.2% 과세에 우려
월 소득 300만원 미만 응답자에서 반대·유예 비율 높아
손실 이월공제·주식과 형평성 쟁점…여당도 과세 유예 법안 발의
2026-10-19 13:50:41 ㅣ 2026-10-19 13:51:23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내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청년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다수 투자자의 보유자산이 적어 세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20·30대 가상자산 투자자 10명 중 약 8명은 과세가 청년층의 자산 형성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청년의 자산 형성을 위한 '기회의 사다리'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실제 청년 투자자들의 인식 사이에 간극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리서치업체 타이거리서치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24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 응답자의 78.7%, 30대의 77.2%가 가상자산 과세로 청년층의 자산 형성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73.0%보다 높은 수준으로, 청년 투자자들이 다른 연령층보다 과세에 따른 자산 형성 기회 축소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현행 과세안에 대한 반대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월 소득 300만원 미만 응답자의 87.9%는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하는 데 반대하거나 추가 유예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82.9%보다 5%포인트 높은 수치입니다.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반발은 청원과 거리 시위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과세 폐지 청원과 9월 과세 2년 유예 청원은 각각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지난 12일부터는 서울 여의도 국회와 정부청사, 한국은행 등 주요 거점에서 과세 유예를 촉구하는 트럭 시위가 시작됐습니다. 주최 측은 오는 23일까지 총 36대의 트럭을 동원할 계획입니다.
 
청년층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이달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거래소의 거래 가능 이용자 계정은 1117만5000개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30대가 26.7%, 20대 이하가 17.4%로 30대 이하 계정이 전체의 약 44%를 차지했습니다. 다만 해당 수치는 중복 계정을 포함한 것으로 실제 투자자 수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보유자산 적으면 세 부담도 적다?…정부 판단에 반론
 
정부는 소액 투자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들어 과세 시행에 따른 부담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 투자자의 약 85%가 보유자산 500만원 미만이고, 20·30대는 그 비중이 약 90%에 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간 250만원의 기본공제가 적용되는 만큼 청년층을 비롯한 대다수 투자자의 세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국내 거래소에서는 소액 보유 계정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올해 상반기 실태조사에서 가상자산을 보유하지 않거나 보유액이 100만원 미만인 계정은 863만개로 전체의 77.2%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말 826만개보다 37만개 증가한 규모입니다.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보유자산 규모만으로 실제 세 부담을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반론이 제기됩니다. 가상자산 과세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특정 시점에 보유하고 있는 금액이 아니라 한 해 동안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를 통해 발생한 과세 대상 소득이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됩니다. 연간 소득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뒤 초과분에 대해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22%의 세율을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 원금이 300만원인 투자자가 한 해 동안 거래를 통해 300만원의 순이익을 실현했다면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50만원에 대해 11만원의 세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투자 원금이 적다고 반드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보유자산 규모가 작을수록 일반적으로 얻을 수 있는 투자 수익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가상자산은 매매가 빈번하고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특정 시점의 잔액과 연간 실현소득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소액 투자자의 실제 과세 부담을 판단하려면 보유자산뿐 아니라 연간 손익 규모와 거래 특성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같은 500만원 수익인데…주식 0원·가상자산 55만원
 
과세 형평성도 청년 투자자들의 불만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타이거리서치 조사에서 응답자의 72.1%는 가상자산 과세기준이 다른 금융자산과 비교해 불공정하다고 인식했습니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22%의 세율이 과도하다는 응답은 73.5%, 연간 250만원의 기본공제가 부족하다는 응답도 65.2%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불만의 배경에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이후 국내 상장주식과 가상자산에 적용되는 과세체계의 차이가 있습니다. 2024년 말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되면서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일반 소액주주는 장내 매매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담하지 않지만, 가상자산 투자자는 내년부터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투자소득에 세금을 내야 합니다.
 
가령 같은 500만원의 수익을 얻었다면 국내 상장주식 소액주주의 장내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0원이지만, 가상자산 투자자는 기본공제 적용 후 55만원을 부담하게 됩니다. 다만 주식에는 증권거래세 등이 적용될 수 있고 대주주·비상장주식·해외주식은 별도의 과세 대상입니다.
 
정부는 가상자산이 금융투자상품과 법적 성격이 다른 만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별개로 과세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투자자들은 주식과 가상자산 모두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른 과세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손실을 다음 해로 넘겨 공제할 수 없다는 점도 논란입니다. 현행 과세체계에서는 같은 해 발생한 가상자산 거래의 이익과 손실을 통산할 수 있지만, 한 해의 손실을 다음 해 과세소득에서 공제하는 이월공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2027년 가상자산 투자로 5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한 뒤 2028년 50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면 2년간 누적 손익은 0원이지만, 2028년에는 기본공제를 제외한 250만원에 대해 55만원의 세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가상자산 과세상 쟁점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연구진은 가상자산 양도손실에 대한 최대 5년간의 이월공제와 함께 현행 연간 250만원인 과세최저한을 600만~2000만원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 등을 제안했습니다.
 
"과세보다 제도 정비 우선"…전문가도 기준 재검토 주문
 
전문가들은 현행 과세체계가 다양한 가상자산 거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박종수 한국조세법학회장은 지난달 3일 국회 토론회에서 거래 유형별 소득 분류와 금융투자상품과의 정합성, 과세 인프라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양도·대여뿐 아니라 채굴과 스테이킹, 유동성 공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득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세부 기준 마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임광현 당시 국세청장은 지난 1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과세 기준을 담은 고시를 오는 11월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스테이킹 등 일부 거래 유형의 과세 기준은 재정경제부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투자자 보호체계 구축이 과세보다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타이거리서치 조사에서 응답자의 85.1%는 과세에 앞서 투자자 보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가상자산 발행과 공시, 거래지원 등 시장 전반을 규율할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도 이러한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다만 가상자산이 고위험 투자자산이라는 점에서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위한 투자수단으로 장려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과세에 따른 부담과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청년 '기회의 사다리' 확대한다더니…여야도 과세 유예 요구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논쟁은 정부의 청년 자산 형성 정책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23일 국무회의에서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통해 자산을 형성할 기회가 부족한 청년 세대는 현시대의 가장 큰 소외자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일자리와 자산 형성, 창업, 주거 등 청년의 삶 전반에서 기회의 사다리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 추진을 주문했습니다.
 
정부가 청년층의 자산 형성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한 상황에서 청년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과세가 자산 축적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이러한 우려가 실제 자산 형성 기회 감소로 이어질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지만, 정책 방향과 투자자들의 인식 사이에 간극이 나타나는 대목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청년 투자자들의 현실을 고려해 과세 시행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디지털자산 과세제도 개선 정책간담회'에서 "청년들의 현실을 외면한 채 충분한 준비 없이 과세를 서두른다면 그 혼란과 부담은 청년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여당에서도 과세 유예를 위한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됐습니다. 박민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가상자산 과세 시행 시점을 사실상 2029년으로 늦추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CARF에 따른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정보가 최초 교환된 연도의 다음다음 해 1월1일부터 과세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첫 정보교환이 예정대로 2027년에 이뤄질 경우 시행 시점은 2029년으로 늦춰집니다. 해외 거래정보 확보 전에 과세할 경우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입니다.
 
정부는 일단 내년 1월 시행을 전제로 준비를 이어가면서 업계 의견수렴에도 나설 예정입니다. 오는 20일에는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및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과세 관련 의견을 청취합니다.
 
타이거리서치 조사에서는 현행 과세안에 반대하거나 추가 유예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2.9%에 달했지만, 제도가 충분히 보완될 경우 과세에 찬성한다는 응답도 63.4%로 나타났습니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과세 원칙 자체뿐 아니라 세 부담의 형평성과 제도적 준비 수준에도 맞춰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2027년 과세 시행까지 남은 기간은 두 달여입니다. 대다수 소액 투자자의 세 부담은 제한적이라는 정부 판단과 현행 과세체계가 자산 형성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청년 투자자들의 우려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과세 시행 전까지 손실공제와 과세 형평성, 투자자 보호 등 제도적 보완을 어느 수준까지 마련할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블록체인 리서치업체 타이거리서치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24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대 응답자의 78.7%, 30대의 77.2%가 가상자산 과세로 청년층의 자산 형성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미지=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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