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LG유플러스(032640) 해킹 의심 사고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과 함께, 전반적인 사이버 보안 관리 체계가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습니다.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KISA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등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습니다.
침해 정황 알리고도 37일 뒤 현장 조사…증거 보존도 허점
이날 국감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LG유플러스 해킹 의심 사고에 대한 KISA의 초기 대응 과정에 대해 다뤄졌습니다. KISA는 지난해 7월19일 LG유플러스에 침해 의심 정황을 전달했지만 LG유플러스에 자체 조사 결과 제출을 요구한 것은 8월11일로, 무려 23일 뒤였습니다.
이후 LG유플러스는 자료 제출 요구 다음 날인 8월12일 침해 의심 서버의 OS를 재설치했고, 협력사 역시 관련 서버를 재설치하거나 폐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ISA 현장조사는 최초 침해 정황 전달 이후 37일이 지난 8월25일에야 시작됐습니다.
국감에서는 사고 조사 과정에서 KISA가 처음부터 정확한 침해 대상 서버를 특정하지 못한 점도 지적됐습니다. KISA가 처음 제출받은 서버 이미지는 실제 침해 의심 서버가 아니었으며, 조사 과정에서 이중화된 다른 서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박용규 KISA 본부장은 실제 침해 의심 서버에 대한 조사가 누락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박용규 KISA 본부장은 "사고 발생 시 정확한 원인 분석을 위해서는 원본 보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KISA의 침해 정황 통보 이후에도 관련 서버 OS를 재설치했고, 이후 모바일 GW OTP 서버의 OS까지 재설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KISA는 정확한 원인 분석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조사를 더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였습니다.
기업이 조사 대상 서버를 재설치하거나 폐기할 경우 조사 기관이 이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습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향후 기업의 침해 사고를 은폐 시도 등에 대해 기존보다 강한 제재를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관련 대안을 검토해 종합감사 전까지 보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상중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후 시스템 절반 넘는데 유지보수 예산은 25% 감소
LG유플러스 사례를 넘어 KISA의 사이버 침해 대응 체계 자체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올해 상반기 민간 사이버 침해 사고는 1236건으로 전년보다 약 20% 증가했습니다. 디도스 공격은 56.7%, 랜섬웨어 공격은 76.8% 늘었습니다. 반면 KISA 인터넷침해대응센터의 전체 전산 시스템 2065개 가운데 50.7%는 취득 후 5년 이상 지난 장비로 파악됐습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일부 시스템은 2006~2010년 도입돼 제조사의 기술 지원이나 부품 수급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지보수 예산 역시 감소했습니다. 관련 예산은 2022년 41억1000만원에서 올해 30억8000만원으로 25.1%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실제 유지보수 집행액은 50억1700만원에서 66억1100만원으로 31.8% 증가했습니다. 올해 기준 약 35억원의 부족분이 발생한 셈입니다.
부족한 유지보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사이버대피소 운영비 6억3100만원과 사이버 위협 통합 탐지·대응 사업비 6억200만원 등 핵심 보안 사업 예산까지 조정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새로운 보안 위협에 대응해야 할 사업비가 기존 시스템 유지비로 빠져나가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상중 KISA 원장은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당장 필요한 유지보수 비용을 정부와 협의해 다른 사업비 일부에서 충당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원장은 "노후 시스템 안정성과 유지보수 예산 확보를 위해 과기정통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I 해킹 빨라지는데…KISA 대응 체계는 아직 구축 단계
AI 기반 공격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대응 체계 구축 속도가 늦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과기정통부는 AI 공격이 짧은 시간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자동 수행된다는 특징이 있고, 실제 공격이 AI를 활용했는지 여부조차 전문가가 판별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KISA가 구축 중인 AI 기반 침해사고 대응 시스템은 기존 포렌식 조사에 3개월 이상 걸리던 시간을 향후 3분의 1 이하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시스템은 AI 공격 자체를 방어하는 체계가 아니라 사고 조사 시간을 단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국감에서는 최신 GPU와 AI 대응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이를 연결하는 기존 전산 인프라가 노후화돼 있다면 전체 보안 체계가 제 성능을 내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KISA는 올해 약 40억원, 내년 약 60억원 규모의 GPU 서버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유지보수 재원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사이버 공격은 AI를 활용해 더 빠르고 정교해지는 반면, 이를 조사하고 대응해야 할 KISA는 늦어진 조사 절차와 노후 인프라, 부족한 유지보수 예산이라는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LG유플러스 해킹 의심 사고에서 드러난 증거 보존과 현장조사 문제를 계기로 침해사고 초기 대응부터 자료 확보, 현장조사, 사후 제재까지 전반적인 대응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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