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지난달 국내 생산자물가가 전월보다 0.2% 오르며 두 달 연속 상승했습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7.7% 오른 수준입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미국에서도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모두 상승하면서 물가 안정을 위한 긴축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중동 정세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통화정책의 긴축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생산자물가 두 달째 상승…소비자물가 압력↑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6년 9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월보다 0.2% 상승했습니다. 지난 4월 2.7% 상승한 뒤 7월까지 하락세를 보였지만, 8월 상승 전환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7.7%로 집계됐습니다.
품목별로는 농림수산품과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이 전체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농림수산품은 전월보다 2.6%,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1.3% 각각 상승했습니다. 반면 공산품은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등이 하락했지만 보합을 나타냈습니다. 서비스는 음식점 및 숙박서비스 가격이 0.6% 내리는 등 전월보다 0.1% 하락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가격 하락에는 환율 하락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액정표시장치(LCD)·D램·플래시 메모리 등은 국제 시세인 달러 가격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거래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비스 가격 하락에 대해서는 "여름 성수기가 끝나면서 비수기 요금제가 적용돼 음식점 및 숙박서비스 가격이 내렸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내에 공급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국내공급물가는 원재료 가격이 3.2% 올랐지만 중간재와 최종재가 각각 0.3% 하락하면서 전월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국내 출하 상품과 수출품을 포함한 총산출물가는 전월보다 0.1% 하락했습니다. 환율 하락 등이 일부 영향을 미친 가운데 중동 정세에 따른 국제유가 움직임이 향후 물가 흐름의 변수로 꼽힙니다.
한은은 이달 물가와 관련해 월 중순까지 국제유가가 하락한 점을 하방 요인으로,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과 유류할증료 인상을 상방 요인으로 제시했습니다.
생산자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전이되면 물가 안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와 원재료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가 압력이 이어지면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에 전이되는 시차는 약 한 달"이라며 "(생산자물가 인상은) 금리 인상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지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 정세에 출렁이는 유가…글로벌 긴축 압력↑
국제유가 흐름도 물가와 통화정책을 좌우할 주요 변수입니다. 최근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지면서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12달러까지 올라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미국과 이란 간 외교적 중재 움직임이 부각되면서 유가는 하락 압력을 받았습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1.87달러(1.80%) 내린 배럴당 101.7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0.76달러(0.69%) 하락한 배럴당 108.79달러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이 확인됐습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습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3.6%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0.6%로, 4월 이후 가장 가팔랐습니다. 특히 9월 휘발유 가격이 전월보다 9.1% 오르면서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생산자물가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9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보다 1.3% 상승해 시장 전망치인 0.6%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는 2022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6.3% 올랐으며, 에너지 가격이 10.8% 급등하면서 상품 가격 상승을 주도했습니다.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금리 인상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연준이 당장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다만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가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긴축 기조를 유지하거나 향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한은도 2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향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 상승 압력과 국제유가 흐름, 가계부채 부담에 더해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통화정책의 변수로 작용하면서 시장에서는 11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강 교수는 "기준금리를 올리면 물가를 잡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날 수 있고,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물가가 바로 떨어지지는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전에 기준금리를 못 올리게 압력을 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기준금리는 한국과 미국 모두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연내 올릴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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