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혈세로 버틴 '성장'…반도체 호황 '착시'
3분기 1.0% '깜짝 성장'…한은 전망치 3배 웃돌아
연간 성장률 '청신호'…"4분기 0% 성장해도 3.6%"
성장 기여도, 정부 ↑·민간 ↓…성장 동력 떠받친 재정
2026-10-27 17:15:48 ㅣ 2026-10-27 17:46:3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전 분기 대비 1.0% 성장하면서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습니다. 인공지능(AI) 수요 폭발로 호황을 맞은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세가 경제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예상을 웃도는 성장세로 연간 경제성장률도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4분기 성장률이 0%에 그쳐도 연간 3.6% 달성은 물론, 1.4% 이상을 기록하면 4% 달성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지출 항목별로 보면 눈부신 성장 이면에 뚜렷한 온도차가 엿보입니다. 정부지출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와 수출이 성장세를 이끌었지만, 민간소비는 3년9개월 만에 뒷걸음질 쳤습니다. 성장세 확대에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약 4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민간소비는 감소해 성장에 따른 소비 여력 확대가 실제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음도 보여줬습니다. 적극적 재정정책을 바탕으로 정부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크게 높아진 반면, 민간 부문의 기여도는 급감하면서 성장 동력을 정부가 떠받친 점도 돋보였습니다. 수출과 투자 중심의 성장세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성장 온기가 민간경제 전반으로 고루 퍼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도체 호조에 수출·설비투자 '쌍끌이'…'연 4% 성장' 가능성도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6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3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8월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0.3%)를 0.7%포인트 웃도는 수준으로,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도 3.4%로 나타나면서 당시 전망치(2.6%)를 상회했습니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0.1%) 역성장에서 올해 1분기(1.8%) 급반등한 이후 2분기(0.6%)와 3분기(1.0%)에 걸쳐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로 봐도 2분기 3.7%에서 3분기 3.4%로 소폭 하락했으나 성장세 확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에 연간 성장률도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3분기 수출과 투자 호조가 이어지면서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애초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평가하면서 "3분기까지 누적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6%"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만약 4분기에 전기 대비 성장률이 0.0%면 산술적으로 연간 3.6%가 나오고, 4분기 성장률이 1.4% 이상 기록하면 연간 4% 달성도 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질 GDI 급증에도 민간소비 '뒷걸음'…'성장 온기' 못 느끼는 가계
 
3분기 성장세는 설비투자와 수출이 견인한 가운데, 정부소비도 큰 폭으로 늘며 힘을 보탰습니다. 실제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4.1% 늘었고, 수출은 반도체와 기계, 전기장비 등을 중심으로 2.3% 증가했습니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도 연구개발과 소프트웨어가 늘어 2.3% 증가했습니다. 정부소비는 물건비와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이 모두 늘어 1.9%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이 늘면서 0.7% 증가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민간소비는 승용차·가전제품 등 재화와 금융·음식 등 서비스 소비가 모두 줄면서 0.2% 감소, 전체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내렸습니다. 민간소비가 감소한 것은 2022년 4분기(-0.1%) 이후 처음입니다. 특히 이번 성장률의 특징은 성장 동력이 민간에서 정부 부문으로 이동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3분기 정부 부문의 GDP 성장 기여도는 0.8%포인트로 2분기(-0.5%포인트)보다 1.3%포인트 높아졌습니다. 반면 민간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같은 기간 1.1%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급감했습니다. 전체 성장률은 높아졌지만 민간경제의 성장 기여는 오히려 크게 줄어든 것입니다. 
 
또 경제 전체의 실질 구매력이 급증했는데도 민간소비가 감소한 점도 눈에 띕니다. 3분기 실질 GD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 증가하면서 2분기 증가율(15.7%)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이는 지난 1977년 4분기(19.0%) 이후 4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백브리핑을 통해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달러대 진입이 확실시된다"고 밝혔습니다. 소득이 크게 개선되면서 소비 여력이 확대됐음에도 실제 가계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이 국장은 "3분기 민간소비가 줄어든 것은 작년부터 증가 추세를 보이던 주식 거래량이 7월부터 주식시장 조정 영향으로 줄면서 금융서비스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10년 만에 승용차 제조업체가 전면 파업하면서 완성차 인도가 지연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런 특이 요인이 없었으면 민간소비는 0.4%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이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6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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